“흥미 유발 교육 도구” vs “문해·어휘력 문제 심화”

 

인천교육페스티벌 디지털교과서 시연

출판사 AIDT 시연 기대·우려 교차

“수학 같은 과목 굳이 디지털 의문”

코로나때 온라인 혼란 비슷할 듯

1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 ‘인천디지털교육페스티벌’에서 한 출판사가 설치한  디지털교과서 체험부스를 찾은 한 어린이가 디지털교과서를 체험하고 있다. 2024.12.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 ‘인천디지털교육페스티벌’에서 한 출판사가 설치한 디지털교과서 체험부스를 찾은 한 어린이가 디지털교과서를 체험하고 있다. 2024.12.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내가 말한 문장을 따라 말해봐. Good Morning?”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Artificial Intelligence Digital Textbook)의 녹음 버튼을 누르고 영어 문장을 따라 말해 보니 ‘Good’은 78점, ‘Mornning’은 100점으로 단어별 발음 점수가 화면에 떴다. 화면을 아래로 내리자 원어민과 학생의 억양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도 확인할 수 있었다.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디지털교육페스티벌’에선 한 출판사의 AIDT 시연이 한창이었다.

수학 AIDT 메인 화면을 클릭하자 ‘오늘 할 학습’ ‘선생님 추천학습’ ‘아바타 꾸미기’ 등이 나타났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다른 화면을 보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 출판사 시연자는 교사용 화면에서 ‘학생과 함께보기’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학생용 AIDT 화면이 순식간에 수업 진도 화면으로 전환됐다.

내년 새 학기부터 도입되는 AIDT를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출판사들이 행사장에 차려놓은 부스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 ‘인천디지털교육페스티벌’에서 한 출판사가 설치한  디지털교과서 체험부스를 찾은 한 어린이가 디지털교과서를 체험하고 있다. 2024.12.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 ‘인천디지털교육페스티벌’에서 한 출판사가 설치한 디지털교과서 체험부스를 찾은 한 어린이가 디지털교과서를 체험하고 있다. 2024.12.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앞서 AIDT를 체험한 일부 교사처럼 학생과 학부모들도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송도고등학교 1학년 최영준(16)군은 “코딩 실습이 필요한 정보 과목은 종이 교과서보다 디지털교과서가 학습에 더 좋을 것 같고, 수업 시간에 시청각 자료가 많이 필요한 과학 과목에도 도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학교 유현수(16)군은 “수능은 종이 시험지로 보는데 수학 같은 과목은 굳이 디지털교과서가 필요한가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최모(40대·인천 연수구)씨는 “AIDT를 체험해 보니 딴짓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고, 학습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아이들의 문해력과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독서학원, 글쓰기학원도 보내고 있는 마당에 디지털 기기 접촉이 늘어나는 게 걱정스럽긴 하다”고 했다.

교육부가 내년 새 학기에 먼저 도입하는 AIDT는 영어, 수학, 정보 과목이다.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시작으로 매년 적용 학년을 점차 확대한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다.

당장 3개월 뒤 교실에서 AIDT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들도 이날 행사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A교사는 “아이들이 학습에 흥미를 느낄 만한 요소가 많은 것 같다”면서도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처음 도입될 때 교사와 학생들이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내년부터도 교육 현장이 많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했다.

2년 전 퇴직했다는 전직 교사 황을동(62)씨는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게 아이들보다 교사들이 더 익숙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나이가 있는 교사들 중 명예퇴직을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전기나 서버 문제가 생겼을 경우 수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충분한 적응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