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계속되면 임차인 월세못내

임대인 명도소송해 건물 돌려받아

감정소모·시간·비용 등 부담 커져

임대차계약때 단전·단수 등 약정

답답한 심정 알지만 적절치 않아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면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이 증가한다.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은 차임 연체다. 차임은 물건을 빌려 쓰고 지급하는 대가를 의미하는데 임대차계약 관계에 있어서 차임은 대부분 월세를 말한다. 임대를 업으로 하는 임대인은 월세가 주된 수입이다. 그래서 월세가 들어오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게 되는데, 불경기가 계속되면 임차인이 월세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사정이 발생하곤 하여 갈등이 발생한다.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건물을 돌려받고자 하지만 임차인 또한 여러 사정으로 건물을 인도하지 않은 채 계속 거주하거나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심한 갈등이 생긴다.

이 경우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통해 건물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소송이라는 절차는 감정 소모와 더불어 시간과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부 임대인들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차인이 2기(또는 3기) 이상 월세를 연체하면 단전·단수할 수 있다’거나, ‘임대차계약이 해지된 후에도 건물을 인도하지 않으면 단전·단수할 수 있다’ 등과 같이 임차인이 자발적으로 건물을 인도하도록 하기 위해 단전·단수를 약정하고 있다.

문제는 임차인이 실제로 월세를 연체하면 임대차계약서를 근거로 단전·단수를 하는 임대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약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약정을 근거로 단전·단수를 해서는 안 된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임대인이 임의로 단전·단수를 하는 것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다만, 임차인이 월세를 2기(또는 3기) 이상 연체하면서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단전·단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약정을 한 후에 실제로 임차인이 월세를 연체하여 임대인이 단전·단수를 한 사안에 대해 엄격한 조건을 충족할 것을 전제로 정당행위로 인정한다.

정당행위는 형법 제20조가 정하고 있는데, 위법성 조각 사유 중 하나다. 범죄에 해당하지만 법령, 업무, 기타 사회상규에 비추어 그 실질이 위법하다고 평가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에 따라 건물에서 영업하고 있는데 임대인이 단전·단수해서 영업하지 못했다면 이는 형법 제314조 제1항이 정하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임대인의 단전·단수가 법령, 업무, 기타 사회상규에 비추어 그 실질이 위법하다고 평가되지 않는다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업무방해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이 언급한 정당행위가 되기 위한 조건을 보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어야 하고, 보증금이 남아있지 않았어야 하고, 단전·단수 조치를 미리 예고했어야 하고, 조치가 과도하지 않고 다른 수단이 없는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임대인의 이익과 임차인의 피해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긴급한 상황이어야 한다. 그래서 보증금이 남아있거나, 임대차계약이 계속되고 있거나, 특별히 경제적으로 곤궁한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거나,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음에도 단전·단수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본다.

아파트와 같은 집합건물의 경우 관리규약으로 단전·단수에 대해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해석은 동일하다. 단순히 관리규약으로 정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그로 인하여 입주자가 입게 된 피해의 정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다3598, 3604 판결 등 참조). 단전·단수가 위법한 행위로 해석되는 경우 임대인은 월세, 관리비 등을 청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영업손실 등 손해배상책임도 질 수 있다.

단전·단수는 임차인의 생계와 직결된 극단적인 조치다. 아무리 계약자유의 원칙이 있다지만 임차인의 생계를 제한하는 조치는 임차인과 약정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극단적인 조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답답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