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계엄 후 경제 영향 보고서

 

대외 경제 차이에… 악영향 장기화

환율 오름세도 훨씬 길어질 가능성

경기 침체기까지 맞물려 위기 증폭

소비 둔화 대비 ‘적극 대응책’ 필요

인천 신항 선광컨테이너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 신항 선광컨테이너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경인일보DB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출기업들이 받는 타격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던 지난 2004년과 2016년 두 번의 전례와 비교해 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환율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계엄사태 이후 금융경제 영향’ 보고서를 통해 과거에 있었던 탄핵 국면 경제 상황과 현재 상황을 비교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당시에도 원·달러 환율은 불안정한 추이를 보였지만, 헌법재판소의 심리 결과가 나오면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의 경우 앞선 두 번의 탄핵 국면보다 경제적 악영향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대외 경제 상황의 차이 때문이다. 2004년의 경우 연평균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던 중국 고성장에 힘입어 한국 기업 수출실적이 증가하는 시기였다. 2016년에는 주력 수출 제품인 반도체 해외 수요 증가로 수출 호조가 이어졌고, 내수 소비도 회복세를 보였다. 두 번의 탄핵 상황 당시 한국의 경기는 상승 국면에 놓여 있어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악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올해 계엄사태로 촉발된 불안정성은 경기 침체기와 맞물려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산업의 해외시장 경쟁이 심화했고 트럼프의 재집권 등 국제무역에 변수로 작용할 요인들이 많은 것도 향후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치 갈등 기간이 길어질 경우 환율을 비롯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지속되고 경제심리가 위축해 소비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두 번의 탄핵 국면과 비교해 적극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간재를 완제품으로 만드는 기업이 많은 인천지역의 경우 환율 변동성이 클수록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수출입이 유리한 인천지역 특성상 제조나 가공무역을 하는 기업이 많고, 이들 기업은 전체 비용에서 원자잿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지금 같은 상황에 불리할 수 있다”며 “환율 급등기에 대비해 수출보험·보증 등을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수출기업 지원과 관련해 “기업 지원사업 예산을 편성한 이후에 환율 상승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수출기업 지원 규모를 당장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업 상황을 파악하면서 추가 대책 방안을 고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