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의 2024년 신작을 모은 소설집, 시집, 평론집이 각각 출간됐습니다. 2024년이란 시간을 비추는 거울처럼 읽을 수 있는 오늘날 인천에서 쓰여진 글들을 담았네요.
인천작가회의 작품집 3권은 모두 출판사 애드밸에서 펴냈습니다. 모두 비매품으로 인천 지역 공공도서관 등에서 찾아 읽을 수 있습니다.
시집 ‘먼 곳을 빚어 빈 곳을 견디는’

인천작가회의 시분과 소속 시인들의 신작 시집 제목은 ‘먼 곳을 빚어 빈 곳을 견디는’입니다. 시인 41명의 신작을 담았습니다.
시인들은 인천으로부터 시작된 삶의 주름을 다시 인천의 골목길에 언어로 펼쳐 놓습니다. 시인들은 인천으로부터 누적된 삶이 언어로 바뀔 때, 기억과 추억으로 재건축되는 인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소망한다고 했습니다.
시인들은 과거의 ‘나’를 현재로 소환해 대화합니다. 화자가 과거의 ‘나’와 대화하는 동안 인천이라는 유년의 공간은 ‘나’의 새로운 장소로 움직입니다.
“송림동 로터리 모퉁이를 돌아 현대시장 앞을 지날 때마다”(김영언 ‘송림동 잔상’ 중에서) 그림자를 빼앗기며 ‘나’를 경유하고 현재로 회복하는 장면이나, 백년 가게에 앉아 “그리움과 기억을 버무리고 / 혼잣말처럼 속삭임처럼 나를 / 보라색으로 물들이며 흐르는”(문계봉 ‘버텀라인’ 중에서) 재즈를 들으며 자신의 사랑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에서 그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겠습니다.
인천의 삶으로부터 건져낸 기억은 세대를 아우르기도 합니다. “인천으로 올라와 산 지 무려 칠십여 년인데, /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의 뇌 속에는 / 인천은 없고 보은만 있구나”(신현수 ‘엄마’ 중에서)라며 화자는 어머니의 인생을 유쾌하게 언어화하면서 알 수 없는 비애를 자아냅니다. 또 “나보다 더 기뻐했을 / 아버지의 진정한 영면 / 다 보내주지 못한 자식의 호곡”(박완섭 ‘호곡’ 중에서)을 통해선 한 세대와 다음 세대의 매개가 인천이란 공간이란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집에 참여한 시인은 강성남·고광식·금희·김경철·김림·김명남·김시언·김영언·류명·문계봉·박성한·박완섭·박일환·손병걸·손제섭·신현수·양승은·옥효정·유정임·이권·이기인·이명희·이병국·이성필·이성혜·이언·이원석·이은형·이종복·임희진·자하·정민나·정우신·조혜영·주향수·지창영·천금순·최성민·허완·호인수·황정현입니다.
소설집 ‘리 씨의 하루하루’

인천작가회의 신작 단편소설집 ‘리 씨의 하루하루’는 황경란, 이재은, 이상실, 유영갑, 오시은, 양수덕, 안종수, 김경은 작가의 작품 8편을 모아 엮었습니다.
이들 소설은 가족, 개인의 정체성, 공존, 희망, 참교육에 대해 다룹니다. 특히 가족, 이웃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변화한 사회, 낯선 사회와 관계 맺기를 이야기합니다.
황경란의 ‘돌의 무덤’은 아버지를 용서하는 이야기네요. 건축 설계사가 된 석훈은 오래전 가출한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당신이 개간하던 땅을 닮은 박물관을 설계합니다. 이재은의 ‘경비원과 배우’는 타자 되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꿈에서 대배우 최민식을 만나 연기 수업을 하면서 경비원이 된 현실을 수용하고 변화합니다.
이상실의 ‘라이벌과 동창회’는 바람직한 교육 환경은 어때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동창회에 참석한 주인공은 라이벌이던 친구를 회상하며 참교육과 가치 있는 삶은 어때야 하는지 말합니다. 표제작인 유영갑의 ‘리 씨의 하루하루’는 남한으로 가족을 데려오려는 탈북민 이야기입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리 씨는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도 가족을 데려올 계획을 실현합니다.
오시은의 ‘터닝 포인트’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홀로 적응하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귀신을 보는 소녀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서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쪽으로 나아갑니다. 양수덕의 ‘동반자’는 마음에 드는 여자를 포기하고 반려견과 살아가는 남자 이야기입니다. 외로운 시대에 걸맞은 가족의 확장성과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작품이네요.
안종수의 ‘시시껄렁한 백설 이야기’는 국회를 통과한 ‘개 식용 금지법’과 관련한 인간과 개에 얽힌 노변 야화입니다. 그러나 소설은 인간과 개가 어울려 살아가는 정겹고 푸근한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김경은의 ‘하티 하티’는 허황한 꿈을 쫓는 트레저 헌터의 이야기. 반군의 혁명 성공만큼이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일을 하는 준에게 희망이란 무엇일지 질문을 합니다.
평론집 ‘동시대 비평 큐레이팅’

인천작가회의 세 번째 평론집 ‘동시대 비평 큐레이팅’은 표제에서 알 수 있듯 동시대 한국 문학을 톺으며 지금, 이곳에 위치한 비평의 큐레이팅을 시도합니다.
이는 단순히 지금 이곳에서 읽히고 있는 문학 작품을 큐레이션하고자 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가 지닌 문제의식에 기반을 둔 작품을 응시하고 비평적 언어로 재조직해 어떠한 경향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들을 함께 고민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하네요.
‘동시대 비평 큐레이팅’ 1부는 고광식, 정민나, 문종필 평론가가 ‘시’를 경유해 동시대의 문제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2부는 진기환, 황녹록, 이현식 평론가가 ‘소설’을 경유해 소설가들이 응시하는 세계의 양태를 분석합니다.
3부는 이재용, 송수연, 강수환 평론가가 ‘아동·청소년 문학’을 통해 동시대 아동·청소년의 모습을 살피며 이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읽기를 감행합니다. 평론집을 마무리하는 에필로그인 이병국 평론가의 ‘원영적 사고, 그 초긍정의 증상’은 신자유주의적 세계 속에서 문학이 수행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개별 작가가 응시하는 세계가 파편화된 하나의 조각이라면, 이번 평론집은 10명의 평론가가 그 조각들이 품고 있는 동시대 한국 문학의 다양한 지향을 엮어 누빈 ‘퀼트’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