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어 프로그램 없어 이수명령 면제
법률 강제에도 유죄 384건 중 25건뿐
매년 증가… 사회복귀 대책 필요성
마약사범의 재범을 막기 위한 교정시설의 치료와 재활 교육이 대다수 외국인에게는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국어로 된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 보니 법원이 외국인 마약사범에게는 이수명령을 면제해주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인일보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올해 진행된 판결문을 전수 조사한 결과, 외국 국적을 가진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판결 384건 중 법률에 강제된 재범예방교육·재활치료 이수명령을 함께 명령받은 경우는 25건에 불과했다. → 그래프 참조
재판부는 ‘외국인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워 교육의 실효성이 낮고 재범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외국인 마약사범 대부분에게 재범예방교육·재활치료 이수를 명령하지 않았다.
마약류관리법이 2019년 12월 개정되면서 마약을 투약·흡입·섭취해 유죄판결을 받은 마약사범에게 법원은 200시간 이내의 재범예방교육이나 재활치료를 이수하라고 명령해야 한다. 질병 중 하나인 ‘마약중독’을 치료하고 충동을 억제하는 방법 등을 교육해 마약사범의 재범을 막고 이들의 원활한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서다.
그러나 보호관찰소, 교도소와 구치소 등 전국 교정시설에서 관련 교육을 한국어로만 진행하고 있어 법원은 외국인 마약사범에겐 교육과 치료를 이수하라고 명령하지 않는 상황이다. 마약류관리법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이 마약사범에게 교육과 치료 이수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외국인 마약사범에게 재범예방교육·재활치료 이수명령을 내린 25건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재외동포이거나 한국에 오래 거주해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우뿐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원이 외국인에겐 교육과 치료 이수명령을 내리지 않다 보니 이를 실시하는 교정시설에서도 다국어로 교육을 진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며 “전문 인력이 부족해 한국인 마약사범에게 교육을 제공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마약사범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국어로 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들에 대한 교육과 치료 이수를 명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이 지난 6월 발간한 ‘2023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외국인 마약사범 수는 ▲2020년 1천958명 ▲2021년 2천339명 ▲2022년 2천573명 ▲지난해 3천151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 2만7천611명 중 11%가량이 외국인이었다.
법무부가 마약사범 교육을 위탁한 한국마약퇴치본부 관계자는 “외국인 마약사범이 매년 늘어나고 있어 다국어로 된 교육자료를 제작하거나 통역사를 고용하는 등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며 “법무부도 외국인 마약사범의 재범을 막고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