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소음 스트레스로 ‘잠 동냥’ 다녀
피해 주민들 위한 3억5천만원 예산 확보
35가구 설치 계획… “하루 빨리 마무리”
북한의 소음공격에 시달려 온 인천 강화군 접경지역 주민들을 위한 방음창 설치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 21일 오전 11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안미희(37)씨 집에서는 기존 창문을 뜯어내고 새로운 창문을 다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안씨는 지난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군(軍) 관계자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소음 피해 사실을 호소해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안씨 집은 소음공격의 원점인 북한의 확성기 위치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그 사이에 막힘 없이 확 트여 있어 소음 피해가 유난히 심했다. 소음 피해 스트레스가 큰 안씨의 초등학교 1학년 딸과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이날 집에 없었다. 소음이 들리지 않는 강화읍 국화리에 사는 삼촌 집에 갔기 때문이었다. 학교 수업이 없는 주말만이라도 소음을 듣지 않기 위해 아이들은 금요일, 토요일 밤에는 주로 친척 집을 찾아가 잠을 잔다. 어른들은 이걸 ‘잠 동냥’이라고 불렀다.
안씨의 초등학교 1학년 딸의 경우 스트레스로 잠을 못 자고 밤새 울기만 하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져 며칠 전부터는 구내염이 심하고 편도선이 부어 링거를 맞을 정도였다고 안씨는 말했다.
안씨 집을 포함해 이날 방음창 공사를 벌이는 집은 3곳이었다. 강화군은 소음 피해 주민들을 위해 3억5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 예산으로 우선 35가구에 방음창 시설을 해주기로 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박용철 강화군수는 “공사 인력을 더 투입해서라도 소음 피해에 시달리는 접경 지역 주택에 하루 빨리 방음창 공사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