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호혜 공동체 작동… 이곳은 연결하는 집”

 

‘창작문화공간 만석’ 내 작은 집 지어

“적산가옥 레지던시 공간 서까래 강렬

구들장도 세 종류로 바꿔가며 만들어

식구들 평범한 삶 이야기가 작업 매개”

지난 18일 개인전 ‘조건없는 사랑’이 진행 중인 우리미술관 전시장 내 ‘연결하는 집’ 앞에 서 있는 이은정 작가. 손에 든 그림은 만석동 마을 주민이 그린 ‘칠월 복숭아’다. 2024.12.18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 18일 개인전 ‘조건없는 사랑’이 진행 중인 우리미술관 전시장 내 ‘연결하는 집’ 앞에 서 있는 이은정 작가. 손에 든 그림은 만석동 마을 주민이 그린 ‘칠월 복숭아’다. 2024.12.18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 동구와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만석동 우리미술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창작문화공간 만석’에 지난 3월부터 입주한 이은정 작가는 미술관 안에 작은 집을 지었다. 이달 말까지 열리는 그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결과보고전 ‘조건없는 사랑’에서다.

이은정 작가가 자작나무 합판으로 지은 집이자 작품 ‘연결하는 집’은 복숭아 나무가 그려진 서까래와 함께 그것을 받치는 용마루에 상량문으로 그려진 24절기 그림을 봐야 한다. 지난 18일 우리미술관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저의 삶, 또 저와 다른 사람들이 이 집을 통해 또 다른 삶에 연결되고, 결국에는 자연이나 우주의 어떤 부분까지 다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적산가옥인 레지던시 공간 2층을 처음 만났을 때 아주 오래된 나무로 된 서까래가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마침 만석동 마을에서 오래된 집을 수리하고 있는 주민을 만나 그 집을 볼 수 있었는데, 뜯어진 천장에서 보이는 서까래가 각각 다른 나무들로 만들어진 거예요. 구들장도 세 종류로 돼 있었고요. 사람들이 다른 나무를 모아가며 각각 다른 구들장으로 바꿔가며 만든 집에서 식구들이 모여 살면서 얼마나 좋았을지, 그런 평범한 삶 이야기가 저의 작업에 매개가 된 것 같습니다.”

서까래에 패턴처럼 새겨진 복숭아 나무는 이번 전시 메인 포스터에 쓰인 그림 ‘칠월 복숭아’를 형상화했다. 그런데 이 복숭아 나무 그림, 이은정 작가가 그린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매주 1회씩 마을 어르신들과 만나 워크숍(괭이부리 예술 사랑방)을 운영했어요. 그중 70세 최태화 어르신이 6월에는 보리 타작이 생각난다며 ‘유월 보리밭’을 그렸는데, 다음엔 뭘 그리고 싶냐고 물었더니 ‘7월에는 복숭아를 그려야지’라고 하시는 거예요. 아! 어르신께 7월은 복숭아구나. 저에게 없는 자연의 흐름에 대한 그 감각을 전하고자 서까래에 넣었어요. 어르신이 그린 복숭아 나무의 형태도 무척 신기했고요. 그림을 배운 적이 없는데, 누가 봐도 민화였죠.”

작가는 주민들과 함께 그린 복숭아, 초가집, 해와 달과 별, 나무와 풀, 새를 디지털로 합성해 ‘내 마음의 풍경’이란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커뮤니티 아트’라 할 수 있다. 작가가 괭이부리마을이 있는 만석동에 머물면서 경험한 상호호혜적 공동체가 반영된 작품이다. 전시장 한 편에는 주민들의 작품도 전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삶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보편적으로 있는 삶이죠. 저희 부모님이나 윗대 어르신들, 그리고 이곳의 어르신들은 자기 삶에 대해 귀하게 여기지 않았잖아요. 이제는 공동체가 없다는 말이 많은데, 이곳에선 살아있는 상호호혜의 공동체가 매일매일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조건없는 사랑’의 다양한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만난 다양한 삶과 조건 없는 사랑의 의미를 담은 회화 ‘그녀’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다. 경북 상주에서 짠 춘포에 먹물을 들이고 전통 한복을 그려 금분으로 칠했다. 그 아래인 각기 다른 한복을 그린 ‘그녀’ 시리즈도 놓였다. 그녀들(어르신들)의 삶을 한복으로 함축했다.

관람객들이 작가의 생각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다. 다시 ‘연결하는 집’으로 돌아와, 집 벽면 부분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드라의 그물’이 그것이다. 벽면을 따라 ‘율무 염주’를 세로로 길게 꿰어놨다. 관람객은 작가가 준비한 율무 염주를 가로로 꿰어 그물로 만들 수 있다. 염주 하나를 톡 하고 튕기면 염주 그물에 파장이 생긴다. 이 작품은 전시가 마무리되면 비로소 완성된다. 작가는 “이렇듯 우리는 서로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