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단원들 점자 악보 연주

‘징글벨’ ‘거룩한 밤’ 따뜻한 연말

최한영군, 8년간 연습 입단 꿈 이뤄

지난 20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혜광학교 삼애관에서 열린 ‘2024 광명복지재단 송년음악회’에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2024.12.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20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혜광학교 삼애관에서 열린 ‘2024 광명복지재단 송년음악회’에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2024.12.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아름다운 선율을 만드는 데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더라고요.”

시각장애를 가진 단원들로 구성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최한영(15)군은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며 “여러 노래를 즐겨 듣다 보니 내가 직접 노래를 연주하고 싶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후 2시께 인천 부평구에 있는 인천혜광학교 삼애관에서 최군이 활동하는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와 혜광앙상블의 음악회가 열렸다. 크리스마스 캐럴 ‘Deck the halls’ 연주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 음악회는 ‘징글벨’ ‘거룩한 밤’ 등을 선보이며 따뜻한 연말 분위기를 선사했다.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앞에는 악보가 없었다. 악기를 연주하며 손으로 점자 악보를 읽을 수 없어 단원은 모두 악보를 외운 뒤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지난 20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혜광학교 삼애관에서 열린 ‘2024 광명복지재단 송년음악회’에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2024.12.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20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혜광학교 삼애관에서 열린 ‘2024 광명복지재단 송년음악회’에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2024.12.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선천성 시각장애인 최군은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바이올린 현을 구분하기 어렵고 악보를 모두 외워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며 “8년 동안 열심히 연습한 끝에 지난 3월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점자로 된 악보를 익힌 뒤 선생님이 읽어주는 계이름과 박자, 악상 기호 등을 들으며 악기를 연습한다고 한다. 이날 단원들의 한쪽 귀에는 지휘자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수신기 이어폰이 끼워져 있었다. 단원들은 한쪽 귀로는 “소리 더 크게” “더 서정적으로” 등 지휘자의 목소리를 듣고 다른 한쪽으로는 여러 악기가 어우러져 내는 하모니에 집중하며 연주를 이어갔다.

이들은 ‘아리랑’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등 12곡을 선보였다. 뮤지컬 맘마미아 OST ‘댄싱퀸’을 연주할 때는 관객들도 모두 박자에 맞춰 손뼉를 치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인천혜광학교 박한국(44) 교사는 ‘시각장애인은 악기를 연주할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서고 싶어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게 됐다. 그는 “클라리넷으로 연주하고 싶은 노래가 무척 많은데 점자로 된 악보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음표부터 셈여림표, 빠르기말 등 악상 기호를 점자로 번역해야 하니 점자 악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 20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혜광학교 삼애관에서 열린 ‘2024 광명복지재단 송년음악회’에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2024.12.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20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혜광학교 삼애관에서 열린 ‘2024 광명복지재단 송년음악회’에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2024.12.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가 이용하는 점자 악보는 인천혜광학교에서 수업 자료와 학생들을 위한 책을 점자로 번역하는 점역사 1명이 제작하고 있다.

하나의 악보를 받는 데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박 교사는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선생님, 점자로 된 악보만 있다면 시각장애인도 훌륭한 연주를 해낼 수 있다”며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완전히 똑같다곤 할 수 없지만 우리의 가능성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