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버스로 트랙터 행진 막아

시민들 가세, 핫팩·마스크 응원

28시간 넘겨… 오전에야 길열어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20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간 22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트랙터들이 멈춰 서 있다. 2024.12.22 /연합뉴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20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간 22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트랙터들이 멈춰 서 있다. 2024.12.22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구속을 촉구하며 지역 곳곳에서 서울로 상경시위에 나선 ‘전봉준투쟁단’이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인 남태령고개에서 경찰과 28시간이 넘는 대치 끝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가는 길을 열었다.

22일 오후 4시께 서울 서초구 남태령역 2번 출구 인근. 전날 정오께부터 농민들의 행진을 막아선 경찰버스 ‘차벽’이 해체되자 시민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이 모인 전봉준투쟁단은 지난 16일부터 전남과 경남에서 각각 트랙터 행진을 시작해 전날 이곳에 이르렀다. 그러나 서울경찰이 교통 불편을 이유로 투쟁단의 상경을 막으면서 만 하루가 넘는 대치가 이어져 왔다.

차벽에 행진이 막혔다는 소식을 듣고 전날 밤부터 현장에 모여든 시민들은 분노로 들끓었다. 이모(29)씨는 “부모님이 포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내세우는 농민들을 경찰이 공권력을 앞세워 막아선다는 사실에 화가 나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현장에 나온 김모(45)씨도 “불의에 대응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아이와 찾았다”며 “1차 산업인 농업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일이라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날 영하권 강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농민과 시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핫팩과 마스크 등을 나누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전봉준투쟁단의 가두투쟁에 힘을 보탰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은 현장을 찾아 경찰과 협상에 나섰고, 윤석열퇴진비상행동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내란범 체포 촉구 행진을 공권력이 물리력을 동원해 막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시민들의 정당한 정치적 의사표현 행위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