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남부본부 통폐합 논란
수주·서비스 질 저하 등 악영향
노조 “경쟁력 약화로 수익 감소”
건설경기 악화로 적자가 커진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가 자산매각을 위해 인천 등 수도권 지역본부 통폐합 계획을 내놔 논란이 예상된다.
지역본부가 사라지면 섬 지역이 많은 인천의 경우 서비스 질 저하는 물론, LX공사의 지역 일감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LX공사는 남동구 인천시청 인근 인천본부를 경기도 수원의 경기남부본부로 옮겨 ‘인천경기남부본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 서울본부와 경기북부본부는 ‘서울경기북부본부’로 개편한다. 인천본부 산하에서 측량업무를 맡는 4개 지사(강화·인천남부·인천북부·인천중부) 중 남부·중부지사도 통합하기로 했다.
LX공사는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조직개편 내용이 담긴 ‘직제규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직제규정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지역본부 통폐합 절차가 시작된다.
LX공사가 조직 통폐합 계획을 내놓은 이유는 적자 때문이다. LX공사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위탁형 준정부기관이다. 수익 대부분을 지적측량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건설경기가 악화하면서 수입이 급감했다. LX공사는 2022년 163억원 적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 -716억원으로 그 규모가 커졌고 올해 역시 8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하지만 조직 통폐합을 통해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의 적자 탈피는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X공사는 올해 4천455명의 직원 정원을 오는 2029년까지 3천539명으로 조정해 인건비 56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감축 인력 916명 중 896명은 퇴직에 따른 자연감소분으로 조직 통폐합과 관계 없이 정년으로 줄어드는 인원이 대다수다.
조직 통폐합에 따른 서비스질 저하도 불가피하다. 인천본부가 경기남부본부에 흡수되면 인천시민들이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경기도까지 원정을 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인천에 잔류하는 지사는 본부보다 책임과 권한이 적고, 업무도 현장측량에 한정돼 민원 대응에 한계가 있다. 극단적인 경우 민원인이 백령도에서 수원까지 오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LX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천본부가 사라지면 향후 인천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사업에 대한 일감 수주에서도 불리해진다.
LX공사의 주요 업무인 지적확정측량은 현재 민간에도 개방돼 있다. 인천본부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측량 관련 입찰에 들어갈 때 각 지사의 실적을 전부 통합한 후 지역 가점을 얻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인천본부가 사라지면 지사 단독으로 입찰해 실적과 경력 가점 등에서 불리해진다. LX노조가 예상한 향후 인천에서 진행될 확정측량 사업은 모두 23개, 수익은 384억원에 달한다.
박민규 LX노조 인천본부장은 “사측의 일방적인 통폐합 추진은 자산 매각을 통한 단기적 적자 메우기에 그친다”며 “경쟁력 약화로 인한 미래 수익 감소와 함께 섬 지역 출장이 잦은 인천에 대한 공공 서비스질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