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아트센터, 내년 2월9일까지

‘오이디푸스 신화’ 연극 통해 담론으로

텍스트 방대, 문학·음악 등 폭넓은 탐구

무대 위 철창, 참신함·집중력 높이기도

연극 ‘테베랜드’의 공연 장면. /(주)쇼노트 제공
연극 ‘테베랜드’의 공연 장면. /(주)쇼노트 제공

우리는 종종 뉴스에서 ‘존속살해’ 사건에 대해 접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이 범죄는 가중처벌의 대상으로, 뿌리 깊게 남아있는 유교적 전통이 그 배경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존속살해라는 범죄와 오랫동안 연관 지어져 온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 신화’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 그의 이야기는 연극 ‘테베랜드’를 통해 하나의 담론으로 떠오른다. 예언 때문에 버려진 뒤 다른 이의 손에서 자란 오이디푸스가 존재조차 몰랐던 아버지를 죽인 것이 과연 존속살해의 예로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지점이다.

극에는 존속 살해를 주제로 작품을 올리려는 극작가 S와 아버지를 살해한 죄로 감옥에 수감 중인 마르틴, 마르틴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배우 페데리코가 등장한다. 그들의 대화는 수많은 질문과 대답으로 이뤄져 있다. 극이 말하고자 하는 텍스트는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만큼 방대하다. 실제로 존속살해를 비롯해 문학, 음악, 극예술, 스포츠까지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관계와 경계를 탐구한다.

연극 ‘테베랜드’의 공연 장면. /(주)쇼노트 제공
연극 ‘테베랜드’의 공연 장면. /(주)쇼노트 제공

극 중 대사처럼 인간의 본성은 완전히 예측불가이다.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도, 설명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자신만의 테베랜드가 있다’는 지점에 다다를 때까지 오이디푸스 신화, 도스토옙스키의 카르마조프가의 형제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등 아버지와의 관계를 고찰해 볼 여러 작품과 마르틴이 아버지를 죽인 이유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있다. 단 두 명의 배우가 2시간 반가량을 무대에서 쉼 없이 달리는 동안, 그들의 대화에 집중하고 요소요소를 곱씹고 음미하는 데 지침이 없었다.

무대가 아주 독특하다 느껴질 것이다. 커다랗게 둘러쳐진 철창은 마르틴이 수감돼 있는 교도소의 농구장이자 S가 공연을 위해 내무부의 지시로 무대에 설치한 구조물, 그리고 페데리코와 함께 작품을 연습하는 연습실로 계속해서 바뀐다. 1인 2역인 마르틴과 페데리코는 배우의 행동과 말투, 극 속 상황들로 각각의 인물을 인식할 수 있지만, 늘 카메라로 감시를 당하는 마르틴을 보여줄 때는 철창 위 모니터에서 여러대의 CCTV가 작동한다.

연극 ‘테베랜드’의 공연 장면 /(주)쇼노트 제공
연극 ‘테베랜드’의 공연 장면 /(주)쇼노트 제공

사실 무대를 두른 철창은 시각적 방해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배우들을 의도적으로 어떤 공간 안에 가둬놓는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불편함인 동시에 극에 대한 집중력과 참신함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이 철창은 단순히 장소적인 개념에서 그치지 않는다. 마치 거울 안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연극과 현실이 서로를 비추며 무대 밖과 무대 안의 시선을 넘나들게 하는 매개체였다.

극 중에서 두 사람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반복한다. 즉, 대화를 이어가는 데 있어 어떠한 정답과 기준을 정해놓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을 떠올린다. S와 마르틴, S와 페데리코는 어쩌면 복잡하게 섞인 불확실함 속에서 그렇게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듯했다. 오후 5시를 마지노선으로 붙잡고 있던 그들의 이야기가 한 발짝 나아간 5시 1분이 되기까지 말이다.

연극 ‘테베랜드’는 내년 2월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이어진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