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버거’ 등 희화·조롱 이어져

“업장 잘못 아닌데…” 낙인 불편

지난 22일 오후 찾은 지하철 4호선 상록수역 인근에 있는 롯데리아 상록수점. 2024.12.22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지난 22일 오후 찾은 지하철 4호선 상록수역 인근에 있는 롯데리아 상록수점. 2024.12.22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늘 찾던 곳인데 한순간에 조롱거리가 되다뇨.”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 살며 초·중·고교를 나온 서모(35)씨가 씁쓸한 듯 이렇게 말했다. 그가 학창시절 자주 들르던 상록수역 앞 롯데리아에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전·현직 고위급 군인들의 12·3 계엄 모의가 이뤄졌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난 뒤였다. 네티즌들은 카카오맵 지도를 포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곳곳에 ‘내란버거 맛집’, ‘니들이 계X을 알아’, ‘부대 지휘관도 반한 맛’ 등으로 해당 지점을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서씨는 “언론 보도를 통해 어릴 적부터 편하게 찾던 가게가 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장소란 것을 알게 됐을 때 신기하고 놀라웠다”면서도 “4호선 지하철역 앞인데다 24시간 운영해 온 곳이 한순간에 놀림의 대상이 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산 롯데리아 상록수점이 계엄 관여자들의 사전 모의 장소로 전국적 주목을 받자 인근 시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며 지역과 동고동락해 온 지역 명소가 때아닌 희롱 대상에 오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이다.

롯데리아 상록수점 인근 상인들도 풍자와 조롱 섞인 시민들의 시선을 안타까워했다. 지난 22일 만난 박모(55·만둣집 운영)씨는 “9년째 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주변 음식점 하나가 이렇게 시끄럽게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처음 본다”며 “업장이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만약 내 가게였다면 ‘낙인’이 찍힌 것 같아 억울했을 것”이라고 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 상록수점은 지난 1995년 문을 연 ‘장수 점포’로 꼽힌다. 롯데리아 브랜드가 올해로 창립 45주년을 맞은 가운데, 한자리에서 30년 가까이 영업을 이어온 건 흔치 않은 경우다. 수인분당선이 없던 과거 상록수역이 안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유일한 지하철 노선(4호선)이었던 데다, 수원과 인천 사이에 자리잡은 교통 요충지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록수점에 대한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역민들은 입을 모은다. 주민 김모(34)씨는 “웃긴 상황이긴 한데, 주변에 살며 편하게 (롯데리아를) 찾던 입장에서 이렇게 조리돌림을 당할 일인가 싶다”고 아쉬워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