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지하 위치, 승강기 설치 안돼
점자 안내마저 부실 “어딘지 몰라”
“민간 건물 편의시설 설치 어려워”
23일 정오께 찾은 수원시 팔달구 역전시장상가 지하 1층 주차장. 이곳은 유사시 누구나 대피할 수 있도록 지정된 민방위 대피소지만, 장애인에게는 예외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경사로는 가파르고 굴곡져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혼자 내려가기엔 어려워 보였다. 상가 출입구를 이용하려 해도 건물 내부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지하로 대피하기 위한 방법은 계단뿐이었다.
전쟁·재난 발생 시 대피하는 경기도내 민방위 대피소에 장애인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함에도 사각지대가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민방위 대피소로 꼽히는 지하철역도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컸다. 같은날 찾은 안양시 동안구 범계역 출입구 역시 이곳이 민방위 대피소임을 알리는 표지판은 붙어 있었지만, 점자 표기나 시각경보기가 없어 시각장애인은 알아볼 수 없는 구조였다. 부천에 사는 시각장애인 이모(50)씨는 “민방위 대피 훈련에 한 번도 참여해 본 적이 없다”며 “지금 살고 있는 곳 주변에 민방위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방위 대피소를 지정·관리하는 도내 시·군들은 민방위 대피소가 대부분 민간 건물에 위치해 있고,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없어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 남부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유지의 경우 지자체에서 함부로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며 “다만 노후한 민방위 대피소의 표지판은 점자가 포함된 새 표지판으로 교체하는 등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내년 발간하는 민방위 업무지침에 민방위 대피소의 장애인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새로 설치하는 정부 지원 민방위 대피시설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배리어프리)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