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안된다”에 추위 버텨 당구장 매출 피해… 갑자기 다른 층 허용
“구청에서 발코니에 창문을 설치하면 안 된다고 해서 겨우내 춥게 버텼는데 갑자기 말이 바뀌었어요.”
인천 미추홀구 한 건물 5층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임차인 박모(77)씨는 지난 9월부터 흡연실, 휴게실로 쓰는 발코니의 창문을 없앤 채 영업하고 있다. 건물주가 2~5층 발코니에 조립식 패널로 외벽을 설치했다가 구청으로부터 불법 증축을 지적받아 발코니 외벽을 모두 철거해서다.
겨울이 다가오자 당구장 손님들은 박씨에게 “너무 추워서 휴게실을 이용하기 힘들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발코니에 창문이나 비닐 등을 설치해 바람을 막아도 되느냐고 수차례 구청에 물었지만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건축법시행령을 보면 발코니는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아래층의 천장을 바닥으로 삼는 베란다와 달리 건물 외벽에 돌출돼 있다. 박씨는 “창문이 사라진 뒤 전기요금도 크게 오르고 손님도 줄어 연초와 비교해 매출이 40%가량 줄었다”고 푸념했다.
참다못한 박씨는 임대차계약을 맺었을 때와 달리 발코니에 창문을 달 수 없어 영업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건물주에 임대차계약을 무효로 하고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지난달 제기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박씨의 당구장 아래층인 2~4층 발코니에 미닫이 창문이 설치된 것이다. 그가 5층에도 이런 창문을 설치해도 되는지 구청에 다시 묻자 담당 공무원은 “일부 구역(발코니)엔 창문을 설치해도 된다”고 답했다.
박씨는 “구청에서 창문을 달면 안 된다고 해서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는데 갑자기 창문을 설치해도 된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했다.
미추홀구는 과거 타 지자체의 질의에 국토교통부가 발코니 창문을 설치해도 된다고 판단했던 것을 최근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해당 건물의 2~4층과 달리 5층은 창문을 설치할 수 없는 베란다와 미닫이 창문 등은 설치해도 되는 발코니가 같이 있는 구조”라며 “발코니에 해당하는 부분에만 창문 설치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