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공약 정책 1호 사업장

6개 영역 개편 등 내용 연구보고서

 

이학재 사장 “협의후 시행 다시 검토”

불안 고조… 勞 “4단계 확장에도

충원 하지 않아… 인력 감축 속셈”

전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가 최근 업무 다수를 다시 민간 위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중단했다.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공사의 경영 기조에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은 뒷전이 되고 있다.

인천공항 제 1여객터미널에서 한 환경미화노동자가 청소도구를 실은 카트를 밀며 이용객들 사이로 이동하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공항 제 1여객터미널에서 한 환경미화노동자가 청소도구를 실은 카트를 밀며 이용객들 사이로 이동하는 모습. /경인일보DB

■ 보고서 채택 유보에도 불안감 여전

공사는 올해 초 국내 한 회계법인에 ‘위탁사업 구조 개선 및 자회사 경쟁력 강화 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지난 10월 발표된 연구보고서에는 인천국제공항 산하 3개 자회사를 개편해 일부 영역을 민간 위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IT, 시설관리, 보안경비 등 6개 영역을 제외하고 탑승교 운영, 환경미화직 등을 민간 위탁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연구보고서를 접한 노조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던 직원들이 대거 비정규직으로 다시 바뀔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고서 채택을 거세게 반대했다. 이에 대해 이학재 공사 사장은 최근 미디어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정치권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진 뒤 연구보고서 시행에 대해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공사가 언제라도 다시 보고서를 채택할지 모른다며 여전히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인천공항 청소노동자 김순정(60)씨는 “보고서 (채택) 유보는 언제든지 민간 위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않느냐”며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했을 때는 계약 업체가 바뀔 때마다 동료들 여러 명이 해고됐다.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될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인천공항에서 탑승교 운영 업무를 하는 안일(46)씨도 “지금은 추진을 잠시 멈추더라도 회사는 언제든지 민간위탁 계획을 수면 위로 꺼낼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업체가 탑승교 업무를 맡게 되면 이윤을 내기위해 업무에 필수적인 인력을 줄일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2021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촉구하며 청와대로 도보 행진하는 모습. /경인일보DB
지난 2021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촉구하며 청와대로 도보 행진하는 모습. /경인일보DB

■ 정권 따라 바뀐 운명… 보고서 ‘폐기’ 외친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전 정부의 주요 공약인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의 1호 사업장이었다. 당시 공사는 총 61개 용역 업체를 인천공항시설관리·인천공항운영서비스·인천국제공항보안 등 3개 자회사로 개편했다.

이 무렵 공사는 자회사 인력운영 방안 마련을 위해 약 6억8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속가능한 성장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회사 운영체계 개선 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비정규직 공항 노동자 9천여명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정규직 형태로 전환됐다.

그러나 공항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4년 만에 다시 비정규직으로 전환될 위기에 처했다. 공사가 또다시 7억원의 예산을 들여 자회사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이다.

이는 현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정책과 맞물려 있다. 2022년 7월 발표된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는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원을 감소하고,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은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공사는 이에 따라 신규 채용 규모 축소 등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려는 모양새다. 제2여객터미널 확장을 포함하는 인천공항 4단계 사업을 완공하고 이달 초부터 운영에 돌입했다. 제2여객터미널 면적은 38만7천㎡에서 73만4천㎡로 2배가량 넓어졌다. 하지만 공사는 애초 충원하려던 자회사 인력 1천135명 중 236명만 채용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주진호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수석부지부장은 “4단계 확장에도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인력 감축을 위한 속셈”이라며 “이미 3조2교대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인데, 부족한 인력으로 노동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사는 유보한 연구보고서를 언젠가는 채택해 용역회사에서 인력을 충원할 것”이라며 “유보가 아닌 폐기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