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사용시 우회 접근 무방비

전문가 “무선망 완벽차단은 불가”

기술적 한계에 “윤리교육 병행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만난 안모 군과 그의 친구들은 “뚫고자 하면 방법은 많다”며 학교 와이파이망을 통해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하는 방법을 직접 보여줬다. 2024.12.20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만난 안모 군과 그의 친구들은 “뚫고자 하면 방법은 많다”며 학교 와이파이망을 통해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하는 방법을 직접 보여줬다. 2024.12.20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뚫렸다.”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만난 안모 군은 음란물 사이트 접속에 성공한 뒤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일 오후 교류수업을 듣기 위해 인근 고등학교를 찾은 안군의 휴대전화에는 교실에 설치된 무선 와이파이망이 연결된 상태였다. 두어 차례 새로고침 이후 접속에 성공한 사이트의 첫 화면에는 ‘This is an adult website(성인용 웹사이트입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안군은 “접속이 막혀도 여러 방법을 시도하다 보면 손쉽게 접속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학교 교실에서의 디지털기기 사용이 늘고 있지만, 교내 와이파이망은 유해사이트 접속을 온전히 막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접속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에 대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5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무선망을 사용할 경우 성인·게임사이트 등의 유해사이트 접속이 차단되도록 ‘비업무 차단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각 교육지원청과 학교 인터넷 설치계약(스쿨넷 서비스)을 맺은 통신사가 망을 구축할 때 유해사이트 차단 기능도 함께 추가하는 방식이다. 학교에 설치된 인터넷망은 모두 관할 교육지원청을 통하도록 돼 있는데, 그 길목에서 접속을 막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차단시스템에도 허점이 노출됐다. 최근 동두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실에서 태블릿PC를 이용해 성인사이트에 접속한 행동이 담긴 영상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학교에서 나눠주는 보급용 태블릿PC의 경우 기기 자체에 차단프로그램이 추가로 깔려있어 이중 규제가 작동하지만, 개인용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 차단시스템을 뚫는 일은 어렵지 않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고양에 거주하는 김모(고2) 군은 “고등학교에서는 태블릿PC가 주요한 학습 기기라 개인용을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많고, VPN(가상사설망)을 우회해 접속을 원하는 사이트에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들며 학생들에 대한 교육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현재의 유해사이트 차단 방식으로는 기술적 갭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차단시스템도 100% 완벽하지 않다”며 “법과 기술은 한계가 있고 디지털에 익숙한 학생들은 우회하는 방식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 미디어 리터러시와 윤리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