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 강화군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시위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 농부도 다 안다”
“나라를 25년 전으로 되돌리는게 말이 되나”
대남방송, 대북방송 중단 촉구 기자회견도
수도권의 대표적 보수 지역으로 분류되는 인천 강화군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26일부터 시작됐다.
윤석열탄핵추진강화시민모임은 이날 오전 8~9시 강화읍 수협사거리와 강화보건소 앞 삼거리 등 차량 통행이 많은 곳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나선 강화 주민들은 ‘국민에게 총 겨눈 내란범 윤석열 탄핵하라’ ‘내란 수괴 윤석열 즉시 구속! 즉각 파면!’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었다. 강화 시민모임은 오전 출근 시간과 점심 시간 등을 이용해 하루 2차례 이상 강화군 곳곳에서 1인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강화보건소 앞 삼거리에서 출근길 1인 시위에 나선, 강화 주민이라고만 밝힌 A(68)씨는 “45년 전에 겪었던 그 일을 다시 겪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네 살 먹은 손주가 있는데, 그 아이가 좋은 세상에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옥수수와 순무, 강화 토종 감 등을 농사 짓고 있다는 A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가 떳떳하다면 수사나 탄핵심판 절차에 당당하게 응하든지 해야 하는데, 치마 폭에 숨어서 나오지도 않고, 이런 쫄보가 어디에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 건지는 나 같은 농부도 다 안다”면서 “총으로 국민을 겁박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 이게 21세기 통치 방법으로 있을 수가 있는 일이냐”고 했다.
도회지에서 인테리어업에 종사하다가 강화로 이주해 살고 있다는 김모(65) 씨는 이날 강화읍 수협사거리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김 씨는 “45년 전 계엄 이후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싸워서 여기까지 왔는데 나라를 다시 45년 전으로 되돌리려 한다는 말이냐”면서 “내란범은 감옥에 가는 게 당연한 이치가 아니냐”고 했다.
송해면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다는 함경숙(61) 씨는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다가 죽는 게 꿈인 사람인데, (계엄이라는) 말이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윤석열 탄핵 될 때까지 1인 시위를 벌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화시민모임은 이날 오후 2시 15분께에는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인한 소음 피해가 극심한 송해면 당산리 고려천도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북한의 대남방송도 안 되고, 남한의 대북방송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일본 도쿄에서 왔다는 재일교포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