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장 “이승환 공연 오라”… 국힘 “공천용 언사”

 

‘정치적 발언’ 이유로 대관 취소

SNS에 “억울함 이해된다” 제안

“갈등 야기” 국힘 시의원들 공세

문화영역 ‘정치색 프레임’ 우려

이승환 콘서트 포스터. /인터파크 홈페이지 캡처
이승환 콘서트 포스터. /인터파크 홈페이지 캡처

경북 구미시에서 가수 이승환 콘서트 공연장 대관이 취소된 부분이 정치적 쟁점으로 번진 가운데, 이 불똥이 최근 화성시로 옮겨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정명근 화성시장이 취소된 공연을 화성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하자, 국민의힘 소속 지역 정치인들이 곧바로 이를 거세게 비판하고 나서며 정치 공방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구미시는 지난 23일 시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이승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장 대관을 취소했다. 이에 이승환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안전은 핑계고, 핵심은 정치적 오해를 살 발언을 하지 말라는 서약서 날인 거부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라는 자유민주주의 가치 훼손, 공무원인 시장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야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전국 각지의 지자체장들은 공개적으로 이승환에게 콘서트 개최를 제안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광주 개최를 제안하자 이승환은 “민주 성지 광주 공연을 기대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 시장도 가세했다. 정 시장은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서 “(구미시의 공연 대관 취소라는) 황당한 상황에 이승환 아티스트께서 얼마나 억울하실지 이해가 된다”며 “화성시 콘서트를 정중히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홍형선 국민의힘 화성갑 당협위원장은 “예민한 탄핵 정국에서 정치적 발언을 한 아티스트를 시장이 직접 초청하는 것은 화성시를 정치 논쟁 한 가운데로 끌어들이는 셈”이라며 “시민들을 정치 진영으로 갈라 지역에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송선영 화성시의원 역시 “송산면의 폭설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치 논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한 시장의 정치적 행보로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민주당 측도 다시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소속 화성시의원 A씨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정치 쟁점화한 것은 구미시”라며 “아티스트와 보수단체 간 충돌로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면 사전에 인력을 동원해 사고를 예방하는 게 행정 역량이다. 어불성설에 가까운 안전상의 이유를 든 구미시야말로 정치적 의도가 섞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대중문화 영역까지 정치 프레임이 작용하는 점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중문화는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예술 영역이어야 한다”며 “공연 개최를 두고 시민들을 편가른다고 하는 것은 대중문화에 정치색을 덧씌우는 질 낮은 정치 문화”라고 지적했다.

한편 화성시는 이승환 콘서트와 관련, 아직까지 별도의 추진 사항은 없는 상태다.

화성/김학석·마주영기자 mar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