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동체착륙’ 가능성 가늠

 

안전장치 이·삼중 불구 작동 0개

활주로 접근때 180°선회 의문점

고도·속도 확보할 여유조차 없어

“‘랜딩기어’가 펴지지 않은 상황에서 착륙을 시도해야 했을 만큼 긴박한 상황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대형 사고로 이어진 1차적 이유는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한 채 동체착륙을 한 데 있다. 전·현직 조종사들은 ‘랜딩기어’를 펼치지 않은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했을 만큼의 긴박한 상황이 무엇인지가 이번 사고 원인 파악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 뒤 공항 벽면에 충돌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이날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관제탑에서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에 ‘조류 충돌’ 주의”를 전달했다“라며, ”해당 항공기 조종사가 메이데이(긴급상황)를 선언한 뒤 대략 2분 후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사고 항공기가 착륙 전 무안 공항 접근 당시 오른쪽 엔진에서 이상 화염이 나오고 있는 모습. 2024.12.29 /독자 제공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 뒤 공항 벽면에 충돌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이날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관제탑에서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에 ‘조류 충돌’ 주의”를 전달했다“라며, ”해당 항공기 조종사가 메이데이(긴급상황)를 선언한 뒤 대략 2분 후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사고 항공기가 착륙 전 무안 공항 접근 당시 오른쪽 엔진에서 이상 화염이 나오고 있는 모습. 2024.12.29 /독자 제공

■손으로도 펼칠 수 있는 ‘랜딩기어’

대부분의 여객기는 조종사가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갖추고 있다. 보잉 737-800 기종 랜딩기어 장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평상시라면 조종사가 랜딩기어 레버를 ‘다운’ 위치에 내리면 유압·전기계통에 의해 작동한다. 하지만 유압·전기계통이 모두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도 랜딩기어를 펼칠 수 있다.

실제 민간 항공사가 사용하는 해당 기종의 QRH(Quick Reference Handbook)를 살펴보면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리는 절차(Manaul Gear Extension)가 명시돼 있다. QRH를 보면 최대속도 270 노트 이하에서 ‘수동 기어 내림 손잡이’(manual gear extension handles)를 당기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잠금쇠를 열고 손잡이를 최대치까지 당기고 15초가 지나면 랜딩기어가 내려간다.

이 레버는 앞쪽 1개와 뒤쪽 좌·우 등 모두 3개가 있다. 3개의 ‘바퀴’를 모두 펼칠 수 없다면, 한 개라도 펼칠 수 있는데, 이번 사고에서는 단 1개의 랜딩 기어를 펼치지 못했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175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은 사고 항공기가 무안 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하는 모습. 2024.12.29 /독자 제공
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175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은 사고 항공기가 무안 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하는 모습. 2024.12.29 /독자 제공

■접근 방향 180° 뒤집어야 했던 긴박함

해당 여객기는 애초 무안공항 ‘01’번 활주로로 접근했다. 01번 활주로로 접근했다는 것은 착륙을 위한 접근 방향을 나침반 방위로 표현하면 010° 방향으로 접근했다는 뜻이다. 이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메이데이’(비상상황)를 선포한 여객기는 그대로 180°선회해 190°(19번 활주로)로 접근한다.

이러한 접근 방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 조종사들의 설명이다. 활주로를 일방통행 도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번 경우는 일방통행 도로를 거스르며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175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은 사고 항공기가 무안 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하는 모습. 2024.12.29 /연합뉴스
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175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은 사고 항공기가 무안 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하는 모습. 2024.12.29 /연합뉴스

■ 엔진 2기 모두 손실 가능성 높아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항공기는 높은 고도와 적정 속도를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다. 고도와 속도를 확보한다는 것은 비상상황에서 ‘양력’으로 바꿔 쓸 수 있는 위치에너지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상상황에 맞는 다양한 조치를 할 수 있게끔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엔진 1기만 작동해도 아무런 문제 없이 이착륙과 복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엔진 2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안전 확보에 유리한 모든 조건들을 포기해야 했을 만큼 긴박한 상황이 여객기 안에서 벌어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조류와 충돌 이후 엔진 2기가 모두 망가지고 객실 내부에서는 엔진 화재로 인한 연기가 객실로 유입되는 등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을 만큼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기종을 조종한 경험이 있는 한 전직 조종사는 “조종사에게 충분히 시간이 주어졌다면 랜딩기어를 펼치고, 지상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고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절차를 생략해야 했을 만큼 급박하고 긴박한 상황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