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로 시작된 의정 갈등은 해소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전 국민의 일상을 뒤흔들었다. 탄핵 정국이 불안하게 이어지고 있고, 대외 신인도는 추락 중이다. 인천발(發) 전국 현안 중 미해결 과제가 쌓였다. 인천 강화군에서 시작된 ‘북한 소음공격’ 해법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은 미궁으로 끝났다.

경인일보가 선정한 인천 10대 뉴스를 소개한다.

9일 인천시 미추홀구 농수산물시장사거리에서 열린 내란주범 윤석열 탄핵 인천시민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태극기를 펼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9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9일 인천시 미추홀구 농수산물시장사거리에서 열린 내란주범 윤석열 탄핵 인천시민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태극기를 펼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9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① 밤중에 엉터리 계엄… 다시 모인 탄핵민심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엉터리 계엄’이었고, 한국 민주주의는 1980년 5월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44년 전으로 후퇴했다. 이날 오후 11시 30분 포고령 제1호가 발령됐고,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했다. 12월4일 오전 1시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해 계엄은 효력을 잃었다. 윤 대통령은 오전 4시27분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윤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국회는 12월14일 오후 5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헌법재판소는 12월26일 재판관 회의를 시작으로 27일 본격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천의 한 대학병원 수납 창구에 전공의 부재 관련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의 한 대학병원 수납 창구에 전공의 부재 관련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② 끝 없던 의정 갈등… 의대 1497명 확대

올해 초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발표하며 의료계는 아수라장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환자들이 응급실 이곳저곳을 전전해야 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심각하고 소아과·내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하는 의사가 줄어들고 있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에 주요 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이 잇따라 집단 사직하며 의료 공백이 발생했다. 의대생들도 잇따라 휴학계를 제출하며 반발했다. 정부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하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의료계 반발 속에서도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입학 정원은 4천610명으로 1천497명 늘어났다. 그 결과 정원 50명 미만이었던 ‘미니 의대’였던 가천대, 인하대도 입학 정원을 각각 90명, 71명 증원해 130명, 120명을 선발한다.

소설가 한강이 지난 10일(현지시간)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시상식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전 강연 모습. 2024.12.10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이 지난 10일(현지시간)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시상식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전 강연 모습. 2024.12.10 /연합뉴스

③ 韓 최초 노벨문학상… 한강의 ‘소년이 온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수상에 앞선 강연에서 던진 질문이자, 5·18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2014·창비)가 나아간 방향성이기도 하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국격을 끌어올렸다는 기쁨도 잠시, 한국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게 되고야 마는 엄혹한 현실 앞에 놓였다. 한강이 추락하는 국격을 떠받쳤다. 경인일보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 발표 직후인 지난 10월 중순 스웨덴 스톡홀름 현지를 찾아 ‘한강 열풍’을 직접 취재해 보도(10월21일자 1면 보도)하기도 했다.

폭설에 무너진 옹벽 모습. /경인일보DB
폭설에 무너진 옹벽 모습. /경인일보DB

④ 폭우·폭염·첫눈 폭설… 한반도 휩쓴 이상기후

올해 인천에서는 폭우와 역대급 열대야, 11월 기준 최대 폭설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잇따랐다. 7월 17~18일 인천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학교에서 등교시간을 조정하고 지역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또 지난 9월 11일 인천 최고 기온은 34.4℃까지 올랐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9월 중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올해 인천 여름철 폭염일수(33℃ 이상)는 13일로, 평년(4.4일) 대비 8.6일 더 발생했다. 인천의 열대야도 59일을 기록해 평년값 9.2일 대비 49.8일 많았다. 11월27일에는 인천의 일최심 신적설(24시간 중 지표면에 쌓인 눈의 최대 깊이)이 19.4㎝를 기록했다. 1904년 이후 11월 기준 최대 적설량이었다.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 모습. /경인일보DB

⑤ 대남방송 듣는 접경지… 불면·스트레스로 고통

조용하고 평화롭던 시골 마을이 순식간에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지옥으로 바뀌었다. 북한의 ‘소음공격’을 받고 있는 인천시 강화군 등 접경지역 이야기다. 북한이 설치한 대남방송 스피커를 통해 비명이나 동물 울음, 쇠를 깎는 듯한 굉음 등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 지난 7월 말인데, 이 기괴한 소음은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이 보내는 소음은 마을 주민 건강을 크게 위협했다. 불면증,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방음창이 설치되기 시작했고 주민 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각종 법안도 국회에서 발의됐다. 북한이 보내는 오물풍선도 한 해 동안 골칫거리였다. 북은 탈북민 단체 등이 보내는 대북전단을 비난하며 생활쓰레기, 분뇨, 전단 등을 풍선에 매달아 보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지역 당선인들이 미추홀구 수봉공원 현충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경인일보DB
더불어민주당 인천지역 당선인들이 미추홀구 수봉공원 현충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경인일보DB

⑥ 인천 총선, 민주 압승… 텃밭 겨우 지킨 국힘

‘4·10 총선’에서 인천지역 14개 선거구 중 더불어민주당이 12곳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직전 21대 총선(2020년)에서 13석 중 11석을 차지했던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재현했다. 국민의힘은 ‘보수 텃밭’인 중구강화군옹진군을 비롯해 2개의 선거구만 지킬 수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국회의원 12명 중 이훈기(남동구을)·노종면(부평구갑)·박선원(부평구을)·이용우(서구을)·모경종(서구병) 등 5명은 초선으로 국회에 첫 입성했다. 박찬대(연수구갑)·맹성규(남동구갑)·유동수(계양구갑)·김교흥(서구갑) 의원은 3선의 중진 반열에 올랐다. 국민의힘 윤상현(동구미추홀구을) 의원은 인천에서 역대 4번째로 5선 고지에 오르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인천공항 4단계 그랜드 오프닝’이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구역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맹성규 국회의원, 배준영 국회의원,유정복 인천시장 등 내빈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11.2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공항 4단계 그랜드 오프닝’이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구역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맹성규 국회의원, 배준영 국회의원,유정복 인천시장 등 내빈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11.2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⑦ 여객 年1억 수용 가능… 인천공항, 세계 3위로

인천국제공항이 연간 1억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3위’ 공항으로 올라섰다. 12월3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 구간이 본격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양쪽에 750m 길이의 ‘날개’ 형태 공간이 추가되면서 연면적은 38만7천㎡에서 73만4천㎡로 2배 이상 넓어졌다. 연간 수용 인원은 1억600명까지 늘어나 튀르키예 이스탄불공항(1억5천만명),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공항(1억1천800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여객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여객들이 편리하게 인천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2여객터미널 확장 구간에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를 도입하고, 예술 작품과 디지털 콘텐츠를 전시했다.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벤츠 전기차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하는 가운데 배터리 분리를 위해 참관온 벤츠 관계자들이 전소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경인일보DB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벤츠 전기차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하는 가운데 배터리 분리를 위해 참관온 벤츠 관계자들이 전소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경인일보DB

⑧ 안전불감증이 키운 ‘청라 전기차 화재’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지난 8월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차량 959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고, 20여 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화재 발생 직후 관리사무소 근무자가 스프링클러와 연결된 밸브를 임의로 잠가 피해가 커졌다. 화재 이후 아파트가 단전·단수되면서 주민들은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해야 했다. 화재로 인해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인천시는 전기차 충전구역의 지상층 설치를 권고했다. 아파트·상가 등은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를 진행했으나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인천고등법원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 /경인일보DB
‘인천고등법원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 /경인일보DB

⑨ 111만명 서명 모아 인천고법 설치 확정

인천고등법원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각급 법원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인천 시민들은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고법이 있는 서울 서초구까지 왕복 3~4시간을 이동해야 했다. 이에 인천고법 설치를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지난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23년 4월 ‘인천고등법원 유치(설치) 범시민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추진위원회는 100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시작해 같은 해 8월 111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같은 노력 끝에 22대 국회에서 고등법원 설치가 확정됐다. 개정안 시행 예정일은 2028년 3월1일이다. 인천고등법원이 문을 열면 인천뿐 아니라 부천·김포지역도 관할하게 된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대전하나시티즌에 2-1로 패하며 2부 리그가 확정 되었다. /경인일보DB
인천 유나이티드가 대전하나시티즌에 2-1로 패하며 2부 리그가 확정 되었다. /경인일보DB

⑩ 인천Utd 쓰라린 밤… K리그 첫 2부 강등

11월10일 인천 축구팬들이 충격에 빠졌다. ‘시·도민 축구단의 원조’ 인천 유나이티드가 당일 홈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에 1-2로 패하며 시즌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K리그1 최하위(12위)를 확정해 K리그2(2부)로 자동 강등됐다. 2003년 창단한 인천은 시·도민구단 중 2부 리그를 경험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었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자부심은 이내 자만심으로 바뀌었고, 팀은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2025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구단은 팬들이 받은 충격과 절망을 상쇄하기 위해 환골탈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양과 함께 질적으로도 뛰어난 팬덤을 보유한 인천의 승격 동력 또한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