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여전히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연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전 국민의 일상을 뒤흔들었다. 폭염과 폭우가 잇따랐던 여름이 지나자 겨울의 시작점에서 폭설까지 수도권을 덮치며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기도 했다. 아리셀 참사 등 대형 화재도 유독 많았던 1년이었으며,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김포 공무원의 사망 이후 민원 관련 3법이 개정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경인일보가 선정한 경기도 10대 뉴스를 소개한다.
① 비상계엄 선포 사태… 탄핵정국 나라 혼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 전체는 큰 혼란에 빠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23분께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는 내용을 담은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가 발표되고 군 병력이 국회에 들이닥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회가 곧바로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고 비상계엄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이로 인한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지난 27일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시작됐고, 계엄에 관여한 자들을 비롯해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역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② 의대 2천명 증원… 의정갈등 장기화
올해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던 한 해였다. 의정갈등은 정부가 지난 2월 의대 2천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불만을 표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했고, 의대생들도 학교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의료 공백이 현실화됐다. 급기야 한때 관내 대형병원 응급실이 셧다운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의료계는 의대생 증원으로 인한 의학교육의 질 저하 등을 우려하며 증원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정부와 맞서고 있다. 이같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1월 여·야·의·정협의체까지 출범했지만, 의료계가 정부와의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협의체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③ 경기도 ‘기후 재난’ 중… 폭설·폭우·폭염 강타
2024년 11월 말 초겨울 이례적인 폭설이 쏟아졌다. 경기 남부에 집중된 폭설 피해는 안성, 평택, 화성, 용인, 이천, 여주에 집중됐고 모두 1만3천570개 농가에서 3천919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들 6개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앞서 여름에는 집중호우가 문제였다. 지난 7월 내린 폭우는 파주 909㎜, 연천 847㎜, 포천 843㎜ 등 경기북부지역에 집중됐고 특히 이 피해로 파주 일부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5월부터 10월까지 자연재난 대책기간이 운영되기도 했다. 비, 더위, 눈의 기후재난이 일상화된 2024년이었다.
④ 오물풍선·대북전단… 道북부 위험구역 설정
오물풍선과 대북전단이 남북을 오가며 남북관계 긴장감이 지속된 한 해였다. 특히 파주·김포·연천 등 경기도내 접경지역에선 대남확성기 소음 피해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0월 16일부터 파주·김포·연천 내 접경지역을 위험구역으로 무기한 설정해놨다. 위험구역 설정은 2020년 이후 4년 만의 조치다. 위험구역에는 대북전단 살포 관계자의 출입 및 살포 행위가 금지되며, 제한명령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럼에도 납북자가족모임 등이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경기도는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⑤ 4·10 총선 與 참패… 파랗게 물든 경기도
4·10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경기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총 60석 중 53석을 석권하며 압승을 거둬 경기도를 파랗게 물들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6석에 그치면서 대패했다. 경기도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은 전국적으로도 지역구 161석을 차지해 ‘거대야당’ 타이틀을 지키게 됐다. 제3지대 중에선 유일하게 화성을 지역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당선됐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됐던 총선은 야당인 민주당이 내세운 ‘정권심판론’에 표심이 더 작용해 나타난 결과였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참패했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쇄신 목소리가 이때부터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⑥ 노후화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지정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월 말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경기도 내 5곳의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에 들어갈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를 발표했다. 선도지구는 분당신도시 총 3개 구역 1만948가구, 일산신도시 3개 구역 8천912가구, 중동신도시 2개 구역 5천957가구, 평촌신도시 3개 구역 5천460가구, 산본신도시 2개 구역 4천620가구 등 13개 구역 3만5천897가구에 달한다. 정부가 ‘2027년 착공·2030년 입주’ 계획을 발표했지만 추가 분담금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특히, 7천700가구 규모로 공급키로 한 이주지원용 주택(이주주택)도 해결해야 과제로 떠올랐다.
⑦ 화성 아리셀·부천 호텔… 대형 화재 잇따라 발생
올해 경기 지역에서는 대형 화재가 잇따라 발생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를 낳는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지난 6월24일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수원지검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수원지검은 박 대표가 유해·위험요인 점검 미이행 등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수원지법에서는 박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8월22일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한 호텔에서도 불이 나 7명이 사망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건물 소유주 A씨를 구속 기소했다.
⑧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지난 3월5일 김포시에서 도로 보수·피해보상 업무를 담당하던 30대 9급 공무원이 항의민원 폭주에 시달리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민원인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좌표찍기’라는 사적 제재를 자행한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일으켰다. 이전까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던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사상 첫 ‘악성민원 대응 부처합동TF’를 꾸리고 국민권익위는 실태 조사에 나섰다. 또 국내 양대 공무원노조는 추모릴레이와 함께 전국의 광역·기초 지자체에서는 신상정보 비공개 조치 등 자구책을 추진했다.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은 ‘민원처리법’과 ‘정보공개법’, ‘지방공무원법’ 등 민원관련 3법이 개정되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숨진 공무원은 최근 순직을 인정받았다.
⑨ 편리한 ‘더 경기패스’… 수도권 교통카드 경쟁
2024년은 수도권 교통패스 경쟁이 시작된 해다. 경기도는 지난 5월 K-패스와 연계한 ‘더(The) 경기패스’를 출시했다. 매달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세대·계층에 따라 이용 금액의 20~53%를 환급받을 수 있게 한 것. 더 경기패스는 전국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고 GTX·광역버스·신분당선까지 적용되는 이점으로 출시 5개월 만에 가입자 수 100만명을 넘었다. 앞서 서울시도 지난 1월 서울시내 지하철과 서울면허 마을·시내버스 및 따릉이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월정액권 ‘기후동행카드’를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와 서울시 간 신경전이 있었고, 도내 일부 지자체는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키도 했다.
⑩ FC안양 K리그2 우승… 시민구단 승격 꿈 이뤄
프로축구 K리그2(2부) FC안양이 창단 11년 만에 내년 K리그1 첫 발을 내딛는다. 안양은 올시즌 K리그2에서 우승하며 내년 1부리그 출전권을 따냈다. 안양은 12시즌 동안 K리그2에서 경기를 치러 3차례 1부 도전에 실패했지만, 4번째 만에 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안양 축구의 역사는 지난 1996년 안양에 자리잡은 LG(현 FC서울)로부터 시작됐다. 경쟁 구단인 수원 삼성과 모기업(삼성-LG)간의 맞대결, ‘지지대(수원과 안양의 1번 국도) 더비’ 등의 흥행과 함께 팬덤을 가장 많이 보유하기도 했다. 이후 LG가 2004년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자, 시민들과 축구팬들은 반발했다. 이후 축구 열정에 불을 지핀 팬들은 9년 뒤인 2013년 2월 FC안양 시민구단을 창단해 K리그에 진입했고 마침내 꿈을 이뤘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