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원·달러 1470.5원 마감
금융위기 이후 15년만에 ‘최악’
원자재 수입 업체 ‘팔수록 손해’
보유 외환으로 감당 못할수도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 턱밑까지 치솟자 인천 기업들 사이에서 “팔면 팔수록 손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불안 심리가 퍼지고 있다.
지난 27일 야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천47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한때 1천480원에 진입했는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환율이 연일 상승하자 원자재 수입 비율이 높은 인천 중소기업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매출이 줄고 인건비 등 지출은 늘어난 상황에서 고환율로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철강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 납품하는 인천 소재 A사는 최근 가파르게 오른 환율 탓에 계약 1건당 2억~3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물품 수입 시기와 거래대금 지급 일정이 3개월가량 차이가 있다 보니 환차손이 컸다. 환율이 1천300원이었던 시기에 철재를 수입했지만, 현재 내야 할 대금은 1천500원에 가까운 환율을 적용해야 한다. A사 대표는 “이전에도 환율이 높았던 터라 조금 빠질 거라고 기대했는데, 비상계엄 여파로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며 “손해가 나도 대금은 내야 하고 납품 일정도 맞춰야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피가 마른다”고 했다.
철강뿐만 아니라 석유화학·목재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 대부분이 원자잿값 폭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수출기업들은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중고차 수출업체 B사는 바이어들이 달러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계약을 미루면서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B사 대표는 “현 상황이 수출기업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중고차 주요 수출국은 중미·남미·아시아 쪽인데 이들 권역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달러가 내려갈 때까지 신규 계약을 하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이르면 연내 1천500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부적으로는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이 큰 데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등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대외적 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국회 마비로 환율 안정을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인 정치적 안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전 세계 달러 강세 국면에서 빠른 시일 내 환율 1천500원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고환율로 경제가 ‘패닉’ 상태에 접어들면 현재 외환보유액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