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사 ‘안타깝다’는 “뜻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보기에 딱하여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는 말이다. 민간설화에 의하면, 세종과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던 경상북도 청송의 처녀 ‘안타갑’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을 두고 이때부터 괴롭고 슬픈 일을 가리켜 ‘세종과 안타갑 사이 같다’란 의미로 안타깝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한다. 오늘은 푸른 용의 해, 갑진년의 마지막 날이다. 간지로 따지면 2025년 새해는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된다. 그러나 간지는 절기력이고, 절기력으로 보자면 새해의 시작일은 입춘이기에 아직 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올 갑진년 가장 안타까운 세 개를 꼽자면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령 선포와 민의(民意)와 동떨어진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다. 여당은 시간을 끌며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여론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면서 헌재의 재판관 정족수 미달 사태 등을 이용, 반전을 꿈꾸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야당은 이참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탄핵 국면을 발판으로 재집권을 하는 것을 계산에 두고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안타까운 일은 이역만리 타향에서 명분 없는 전쟁에 동원되어 덧없이 죽어가는 북한 병사들의 희생이다. 범죄를 저질러 억지로 참전하게 된 병사의 일기를 보자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우리는 군사적으로 얽히고설킨 일이 많다. 우선 청나라의 요구로 나선 정벌에 참전한 일이다. 당시 정황은 효종 당시 무신인 신유가 남긴 ‘북정록’에 생생하다. 그러다 1905년 러일전쟁이 일어나자 이번에는 우리가 러시아 편에 서서 일본군과 싸우게 된다. 1905년 충의대장 이범윤이 병사들을 이끌고 아니시모프 휘하의 러시아군에 합세하여 함경북도에 침입한 일본군을 격퇴한 것이다. 역사의 부침과 변화 속에서 러시아군과 얽히고설킨 우리 역사가 공교롭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탄핵 심판대에 오른 대통령의 버티기로 인한 국정혼란과 경제지표의 악화, 타국의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로 쓰러져가는 북한 병사들, 그리고 무안 공항의 비행기 참사 충격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일어난 사고이니 불필요한 오해가 없게 철저하게 원인을 밝혀내고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갑진년의 모든 재앙이 일소되고 새해에는 기쁜 일만 가득하길 고대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