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여객기 참사까지 겹쳐
연말 대목 불구 상인들 매출 울상
위축된 소비심리 타 지역도 직격

“지금은 자영업자들의 애도기간입니다.”
30일 오후 1시께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앞 상가. 영업 준비로 한창이어야 할 식당가에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식당 주인 남모(50대)씨는 지난 주말 손님이 고작 10팀밖에 오지 않았다며 울상을 지었다. 남씨는 “연말에 서현역 앞이 이 정도면 장사를 접으란 소리”라며 “송년회 예약도 없고 이쪽 상권은 죽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15년째 서현역 앞 광장에서 양말 노점상을 운영하는 이모(60대)씨는 올해 1월부터 호떡을 함께 팔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줄어들던 매출은 지난해 서현역 앞 ‘묻지마 흉기 난동’ 이후로 아예 꺾여버렸다. 여기에 탄핵 정국과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인한 ‘국민애도기간’은 그나마 있던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자물쇠를 걸어잠근 꼴이 됐다. 이씨는 팔리지 않는 호떡을 보며 “사람이 다녀야 뭘 팔든지 할텐데 이곳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도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로에서 벗어난 안쪽 상가 2·3층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네일숍, 미용실, 사주카페 등 간판만 내건 채 문이 굳게 닫힌 곳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사주카페에는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하지 않으니 점을 보고 싶으면 아래 적힌 번호로 문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하는 이모(50)씨는 “분당쪽 상권이 수내역, 판교역 등으로 분산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서현역 상권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 역시 흉기난동 사건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성남시민 송연아(17)씨는 “사건 전까지는 서현역 인근에서 자주 놀았지만, 지금은 지하철을 타고 서울까지 가거나 일부러 다른 곳을 찾는다”고 했고, 이영주(21)씨는 “예전엔 타지 친구들이 오면 서현역 근처에서 놀곤 했는데, 사건 이후로는 다들 이곳을 꺼려 다른 곳에서 만나는 편”이라고 했다.

위축된 소비 심리는 다른 상권도 예외가 아니다. 수원시 인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0대)씨는 “회식 자리가 줄어서 그런지 확실히 예전 매출 대비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연말 회식 등 소비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던 지자체들의 목소리도 이번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됐다. 수원시민 김영환(27)씨는 “거리에 틀어놓은 음악 소리도 줄어든 기분”이라며 “정치 상황과 참사 등이 맞물려 번화가마다 침울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