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공실 다수 수십억 미납… 중앙난방도 끊겨

임차인 빚만 남아 한계… “부동산 침체에 해결 난항”

30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상가의 에스컬레이터가 운행정지처분을 받아 멈춰있다.  2024.12.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30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상가의 에스컬레이터가 운행정지처분을 받아 멈춰있다. 2024.12.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대형 상가에 입주한 상인들이 단전 등으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상가를 관리하는 시행사가 수십억원의 공과금 등을 미납해 전기와 중앙 난방 등이 끊겼기 때문이다.

30일 오전 인천 청라스퀘어세븐 건물에 들어서자 한기가 느껴졌다. 에스컬레이터는 고장 난 채 수개월째 방치돼 있고, 상가 곳곳에 ‘임대 문의’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2017년 총 2개 동으로 지어진 이 상가는 청라국제도시 중심가에 있다. 1개 동은 모두 병원이 임차해 사용했고, 254개 점포가 있는 다른 동에는 영화관을 비롯한 식당, 사진관, 서점, 미용실 등이 들어서며 한때 활기가 넘치던 건물이었다.

30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상가가 텅 비어 있다. 2024.12.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30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상가가 텅 비어 있다. 2024.12.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시행사 (주)오름이 미분양 등 공실에 대한 공과금을 납부하지 않아 전력과 에너지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가와 따로 전력을 사용하는 영화관 측의 배려로 근근이 난방을 돌리는 처지다.

서점을 운영하는 박경자(54)씨는 “입주 초기만 해도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상인들만 돌아다니는 건물이 됐다”며 “중앙 냉난방이 중단된 후로 영화관 전기를 끌어와 개별 냉난방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행사는 2019년부터 일부 공과금을 미납했는데, 지난해 병원과 운동시설이 건물을 빠져나가면서 그 규모가 더 커졌다. 상인들은 어떻게든 생계를 이어 나가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관리비를 더 걷어 건물을 지키고 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장영순(60)씨는 “은행 대출을 받거나 전 재산을 투자해 매입 또는 임차한 소상공인이 대부분”이라며 “지금 나가면 빚만 남아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30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상가가 텅 비어있다. 2024.12.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30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상가가 텅 비어있다. 2024.12.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지법은 이달 초 미납 공과금 약 45억원 중 21억원을 건물관리단(관리사무소 등)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건물 관리를 위탁한 시행사 측은 경기 침체 등으로 지급 여력이 안 된다며 버티고 있다고 한다. 위기곤 청라스퀘어세븐 관리소장은 “시행사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상황이 안 좋아진 것으로 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여러 방면으로 노력 중”이라면서도 “미분양 상가가 다수인데다가 부동산 시장 침체로 해결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상인들은 시행사에 돈을 빌려준 신탁사(코리아·신한자산·무궁화)가 나서 본인들이 소유한 병원동 건물을 공매하는 등 미납된 공과금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신탁사 역시 소극적인 모습이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우리도 대주단(5개 은행)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며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런 사정을 파악한 지역구 이용우(민·서구을) 국회의원실도 나서 해결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시행사에 돈을 빌려준 신탁사도 도의적 책임이 있는데, 상인들과 고통 분담을 전혀 안 하고 있다”며 “조만간 신탁사 관계자 등을 불러 대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