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장·과수원 3㎞ 밖 등 규정
제정 이전 조성 공항 안 지켜져
개발로 도래지 이동, 위험 가중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추정되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참사는 조류충돌에 따른 랜딩기어 작동 이상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착륙 직전 새가 비행기의 한쪽 엔진 내부로 빨려 들어가 이상이 생긴 상황에서 랜딩기어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조류충돌이 지목되면서 관련 제도에 대한 보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류충돌은 항공기 운항에 심각한 위협을 주기 때문에 정부는 관련 법으로 공항 인근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에 제한을 두고 있다.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 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 상 공항 표점을 기준으로 양돈장과 과수원은 3㎞, 조류보호구역과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은 8㎞ 이내에 설치하거나 둘 수 없다.
하지만 이 기준이 제정된 2008년 이전에 조성된 대부분의 공항에는 이 같은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은 2007년에 문을 열었고 수도권에 있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도 1980~1990년대 준공됐다. 이들 공항은 모두 인근에 철새도래지가 있어 조류충돌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공항 주변 개발로 인해 조류충돌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규제는 없는 실정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지난 2020년 작성한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 관리 현황 및 제도 개선 방안’에서 김포공항 주변지역 개발로 인해 조류 도래지가 이동, 기존 조류충돌 예방활동의 실효성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포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조류충돌 발생 빈도는 2021년 25건에서 2022년 27건, 지난해 30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현행법 상 공항 주변 개발 시 조류충돌 관련 규제나 협의 단계는 없다.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조류충돌 사고의 90% 이상이 공항 표점 13㎞ 이내에서 발생하는 만큼, 설치 제한 거리를 확대하고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공항 근처 개발로 새들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이 높아져 충돌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는데, 새들을 내쫓는 방법보다 상생하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