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라이저 지지 위한 돌출 구조물

항공 전문가 “질주때 기체 이상없어”

규정 위반 아니지만 재점검 목소리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024.12.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024.12.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전남 무안공항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과 이를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돌출된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관련 규정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사고를 당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 후 1천600m 정도를 질주하다가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과 외벽을 연이어 충돌했다.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은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서 251m가량 떨어진 곳에 설치됐다. 로컬라이저는 여객기가 활주로에 정확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항법 장비다.

지상으로 2m가량 돌출된 둔덕에 여객기가 충돌한 것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금속 형태가 아닌 콘크리트의 돌출 구조로 만들어지면서 사고기 파손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이번 사고 화면을 설명하면서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할 때는 거의 손상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에 부딪혀 화염에 휩싸였고, 이것이 탑승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컬라이저는 제 위치에 설치됐지만, 단단한 구조물이 내장돼 있으면 안 됐다”며 “활주로 너머에 항공기 속도를 늦추고 정지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충돌하지 않았다면 모두가 살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2024.12.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2024.12.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무안공항 측은 활주로 끝단 이후 지면이 기울어져 둔덕을 세워 수평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여수공항과 포항공항 등이 이러한 형태로 콘크리트 구조물을 둔덕으로 만들었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은 활주로 끝단이 평지이기 때문에 별도의 둔덕은 없고, 로컬라이저를 고정하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지하에 파묻은 형태로 설치돼 있다.

국내 여러 공항 건설 업무에 참여한 엔지니어링 업체 관계자는 “로컬라이저 설치 위치는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에 따라 정해지는데, 이를 고정하는 구조물에 대한 국내 규정은 아직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주로 비행기가 큰 충격 없이 뚫고 지나갈 수 있도록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태풍과 같은 강풍 피해로 로컬라이저가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로 설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안공항이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 제도를 재점검할 필요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서대학교 김연명 항공부총장은 “대형 참사가 벌어진 만큼, 국토부 차원에서 로컬라이저 설치 규정이 실제 공항 안전에 적합한지를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