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도 철새 이동경로 지역

원거리 음파 등 퇴치시스템 사활

국토교통부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오른쪽)이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사고 발생 개요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김홍락 공항정책관. 2024.12.30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오른쪽)이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사고 발생 개요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김홍락 공항정책관. 2024.12.30 /연합뉴스

여러 비정상 상황이 뒤얽히며 끝내는 수백명이 숨지는 대형 사고로 막을 내린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시작은 작은 ‘새’(Bird)였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무동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고기 조종사가 사고 당일 오전 8시59분께 관제탑과의 교신에서 조류 충돌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조종사가 관제탑에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버드 스트라이크, 버드 스트라이크, 고잉 어라운드”라고 보고한 교신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끝내 대형 참사로 이어진 이번 사고의 출발점이 조류 충돌일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사실이 정부 발표로 공식 확인된 것이다.

국내 공항에서도 조류 충돌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하루 수천대의 비행기가 드나드는 인천국제공항 조류퇴치 시스템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실 인천국제공항도 조류 충돌로부터 안전한 곳은 아니다. 정부가 발행한 항공정보간행물 관련 차트를 살펴보면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끝단 북서쪽에 야생 오리(Duck & Coot)의 이동 경로가 표시되어 있다. 호수를 중심으로 지상부터 60m 고도까지 역삼각형으로 한 변의 길이가 2㎞인 역삼각형 모양의 구역이 표시된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2024.12.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2024.12.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또 활주로 중앙에 야생 거위와 오리의 이동 경로가 180m고도와 240m고도에 존재하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활주로 남단 좌측 연못에는 가마우지, 남측 하단에는 도요새과의 이동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 활주로 남동쪽으로는 백로와 오리의 이동도 확인된다. 도요새 서식지와 먹이구역, 오리의 서식지 등이 계절별로 다르게 형성된다.

조류의 이동이 관측되는 지역으로 둘러싸인 만큼 인천국제공항은 조류퇴치와 항공운항 안전에 모든 사활을 걸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운항안전팀 산하 야생동물통제대라는 부서에 46명 정규직 직원을 배치해 24시간 4개조 2교대 근무로 감시하고 있다. 장비도 다양해 근거리 퇴치용 총포는 기본, 원거리용 음파퇴치기와 비살상용 ‘페인트볼건’ 등으로 퇴치기법도 다양화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인천공항을 운항하는 항공기가 많아짐에 따라 조류 충돌로 인한 사고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통방식인 포획 위주 통제활동은 물론 친환경적인 방법도 도입하고 전문인력도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참사를 가져온 무안국제공항에 근무하는 조류퇴치 전담 인력은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안국제공항 역시 새들의 먹이구역과 이동 경로로 둘러싸여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주종완 국토부항공정책실장은 “항공기 운항 횟수를 고려해 인력 기준을 설정하고 운영했다. 이런 상황을 점검해 필요하다면 인력을 증원하고 장비도 개선할 수 있도록 근원적인 해결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는 2030년 개장을 목표로 정부가 건설을 준비 중인 백령공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류퇴치 등에 대한 작업을 철저히 준비해 이 같은 비극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김성호·변민철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