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등 2년내 잇단 대형사고
소방관 10명 중 4명 심리질환 겪어
시설 1곳 등 형식적 구색 그치는 실정
10·29 이태원 참사에 이어 이번 무안 제주항공 참사까지 2년만에 잇따라 대형참사가 발생하면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의 트라우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년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소방관이 수천 명에 달하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시설과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소방청이 조사한 ‘2023년 마음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소방관 5만2천802명 중 43.9%(2만3천60명)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우울, 수면장애, 문제성 음주 등 4가지 심리질환 중 1개 이상 질환에 대해 관리나 치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소방관 10명 중 4명 이상이 심리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형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22년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 구조 활동에 참여한 뒤 트라우마 치료를 받은 소방관은 1천316명에 달했다.
소방청도 이번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투입된 422명의 소방관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에 힘쓰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무안 현장에서 유가족뿐만 아니라 소방대원들에 대한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으며 복귀 후에도 ‘찾아가는 상담실’을 통해 심리상담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소방관들에게 지원하는 심리상담은 여전히 양적·질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내 소방관 심리치료 시설은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가 운영하는 소방 동료상담소(남양주)가 전부다. 상주하는 상담 전문인력은 2명으로 상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소방청이 운영하는 ‘찾아가는 상담실’도 평가가 엇갈린다. 8년차 소방관 권모(32)씨는 “소방에서 제공하는 상담 지원에 대해 다소 형식적이라며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11년차 소방관 김모(37)씨는 “심리상담을 받고 만족하는 분들도 많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고 했다.
이에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심리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PTSD는 참사 최일선에 있는 소방관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은 열악한 편”이라며 “소방본부별 트라우마센터를 개소하고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연계를 강화해 심리치료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소방청은 오는 2026년까지 강원도 강릉시에 PTSD를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시설인 ‘소방심신수련원’을 준공할 계획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도 내년 중으로 수원시 팔달구 청사 내에 트라우마 관리센터를 개소해 심리치료를 지원할 방침이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