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된 오산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학부모 고민
고위험군 사례… 심리지원 목소리도
“아이와 어떻게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고민스럽죠.”
31일 오전 8시30분께 오산시의 한 초등학교 앞.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희생된 초등학생(6학년) A군이 다녔던 이 학교는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었다. 등교시간에 맞춰 자녀들과 함께 아파트 곳곳에서 나온 학부모들은 교문을 지나 학교로 들어가는 자녀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있었다.
이들은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가 희생된 사고 소식에 대해 자녀들과 말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학부모 B씨는 “아이가 며칠 동안 아프다가 오늘 학교에 갔는데, 아직 (학교에 희생자가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마 오늘 소식을 들을 것 같은데 친구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고민”이라며 “학교에서도 대처 방안을 논의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참사 희생자 179명 중에는 A군을 포함해 10대 이하 소아·청소년 14명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가깝게는 같은 학교 동급생부터 멀게는 비슷한 또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교적 죽음을 접할 기회가 적은 청소년들은 그 자체로 ‘고위험군’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신 건강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해 본 일이 많지 않아 친구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또 무서운 기억으로 남기 쉽다”며 “죽음을 슬퍼해도 되고, 슬프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청소년들이 안전하다는 확신 속 본인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본인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며, 이들에게 학교 차원의 공식적인 추모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특임이사는 “사건을 덮어두기보다 아이들 수준에서 친구와 공식적으로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게 치유에 도움이 된다”며 “추모분향소나 장례식장을 함께 찾거나, 희생 학생 자리에 조화 등을 놓고 함께 묵념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한편,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이날부터 A군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상담교사를 파견하고 특별상담실 3곳을 설치하는 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시작, 방학 전까지 수시 상담을 이어가기로 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