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역외소비유출이 가장 많은 도시 인천
상권 경쟁력·소득 하락 등 악순환 구조 유발
예산 투입효과 극대화할수 있는 효용성 필요
지역화폐 확대, 현시점서 가장 필요한 대책
소비침체로 인한 내수부진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에 지난해 말 불어닥친 계엄사태 여파는 경제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보다 12.3p 급락했다.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폭 하락이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실질적인 가계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감소하고 내수가 침체되는 악순환은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내수경기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비시장에 돈을 푸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자치단체까지 나서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보편적인 경기 부양책이 잘 통하지 않는 예외적인 도시가 있다. 바로 인천이다. 인천은 전국에서 역외소비유출이 가장 많은 도시다. 시민들이 인천이 아닌 서울 등 타 지역에서 소비하는 비율이 높은 것인데 인천 경제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결국 자치단체가 나서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정책자금을 투입해도 이 돈이 인천에서 선순환되는 것이 아니라 타지로 유출되는 탓에 정책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게 지역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22년 기준 인천의 역외소비 유출률은 37.8%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업종별로 보면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이 25.6%로 가장 많고, 요식업(22.0%), 의료기관(14.2%), 주유소를 포함한 연료판매(6.9%) 등의 순이었다. 쇼핑, 외식 등 소비시장의 주요 업종에서 역외소비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인천의 역외소비 유출률이 높은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서울이란 거대 도시의 그늘 아래 있기 때문이다. 인천과 비교해 쇼핑, 문화, 외식 등의 인프라가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보니 서울에서 지갑을 여는 시민들이 많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서울로 이어지는 교통 인프라도 최근 몇년 사이 확충되면서 역외소비 유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급격히 늘어난 온라인 소비도 역외소비 유출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인하대 소상공인경제생태계연구센터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인천 내 온라인 소비 비율이 1% 증가할 때 소상공인 점포의 평균 매출액과 오프라인 매출액은 각각 0.6%, 0.8~1.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역외소비 유출 증가는 상권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지역 내 소득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유발한다. 이런 역외소비 유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인천 지역화폐(인천e음) 공급을 늘리고 이와 연계한 온라인 플랫폼 활용도를 높이는 일이다. 시민들에게 소비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며 돈의 흐름을 지역에 묶어 두는 지역화폐 발행이 그나마 역외소비 유출을 줄일 수 있는 정책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야 정치권 입장과 국비 지원 여부에 따라 부침이 크다.
인천시는 2023년 9월부터 정부 지침에 따라 인천e음카드 캐시백 대상 가맹점을 축소했다. 연매출 30억원 초과 가맹점에서 결제할 경우 캐시백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전에는 월사용액 30만원 한도 안에서 연매출액 3억원 이하 가맹점 이용시 10%, 3억원 초과 가맹점에선 5% 캐시백을 지급했다. 코로나19 확산기에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제외하고 모든 업소에서 50만원 한도 내에서 캐시백 10% 혜택이 제공됐다. 지역화폐 인센티브가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된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이 사라지다 보니 지역화폐 사용은 급감했고, 이를 통한 소비 활성화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무턱 대고 돈을 쏟아 붓는다고 소비가 저절로 살아나지 않는다. 정책의 효용성을 따져 예산 투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야 한다.
우선 역외소비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역화폐 확대 정책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할 인천 지역 소비 활성화 대책으로 보인다.
/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