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확정… 상반기 시설 이전키로
240마리 중 130마리 국내외 입양돼

인천 계양산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있는 동물보호시설 ‘아크보호소’에 대한 지자체의 철거 명령이 확정됐다. 도축 목적으로 길러지던 개들을 이곳에서 임시 보호 중인 동물보호단체 ‘케어’ 측은 올해 상반기 중 시설 이전과 함께 국내외 입양 보내기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 도축 위기 대형견 머물던 ‘아크보호소’ 결국 이전
대법원 특별3부는 최근 케어 측이 계양구를 상대로 낸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최종 기각했다.
계양산 인근 목상동 그린벨트에서 대형견 10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케어 측은 2021년 계양구로부터 아크보호소 철거 명령을 받았다. 도축될 처지였던 개들은 앞서 2020년 말께 케어와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조돼 해당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다.
케어 측은 2022년 10월께 계양구의 시설 철거 명령이 부당하다며 인천지법에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케어 측의 손을 들어줬으나 이어진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시정명령이 타당하다고 판결(2024년 7월12일자 4면 보도)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 전부터 대체 부지를 물색한 케어 측은 올해 상반기 중 시설을 옮길 계획이다. 입양자나 임시 보호 거처를 찾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춘 보호소라도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좋다”고 말했다.

■ “이 아이 덕분에 웃음 늘었다” 입양자들 한목소리
240여 마리 중 130여 마리는 국내외로 입양됐다.
입양자 대부분은 아크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정이 들어 집으로 데려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입양한 믹스견에게 ‘레아’라는 이름을 붙여줬다는 최은지(40·서울 마포구)씨는 “아파트에 사는데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짖지도 않고 순한 아이를 만났다”며 “집으로 처음 왔을 때 겁이 많았는데, 잘 적응하고 성장해 정말 기특하다. 보호소에 남아 있는 아이들도 하루빨리 좋은 가족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일, 벨기에,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입양 문의가 오고 있다. 독일인 마를레네 슈미트페터(Marlene Schmidtpeter·27)는 “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누키(Nuki)를 입양했다”며 “한국 보호소보다 독일의 여건이 더 좋다고 생각했고, 대형견은 입양될 기회도 많지 않아 아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케어 측은 입양이나 임시 보호를 결정한 이들에게 병원 검진비, 사룟값, 반려동물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쥬디’를 입양한 박효진(35·경기 고양시)씨는 “아크보호소로 봉사를 다니면서 만난 쥬디 덕분에 웃는 일이 늘었다”며 “지원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남은 아이들이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게 용기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