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탄핵 등 혼란속에 전문성 살려
슈퍼추경·빅컷·금융중개대출 10조 제안
비상계엄 선포날, 해외 2400명에 긴급서한
이달 다보스포럼 한국 대표로 설명 예정도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 생활인프라 확충
공공기관 이전 속도·교통SOC 개선에 온힘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반발 주민토론 통해
배후지 개발·국제도시 유치 등 대화 설득
“‘작은 대한민국’ 경기도는 경기도의 길을 간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2024년은 꾸준히 경기도정을 밀어붙이고, 정치적으로는 존재감을 드러낸 한 해였다.
김동연 지사는 을사년 새해를 앞두고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의 완성’을 강조하며 현 정국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한편 경기도는 ‘휴머노믹스(사람중심경제)’를 바탕으로 돌봄, 기회소득, 기후대응을 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김 지사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등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에도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던 경제전문가인 김 지사는 정부와 국회에 30조원 이상의 ‘슈퍼추경’, 한국은행 기준금리 0.5%p ‘빅컷’, ‘금융중개지원대출’ 10조원 증액 등을 제안했다.
김 지사는 “경제를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면 (현 시점에 필요한 것이) 자명하다”며 “추경, 통화 완화 정책, 부자감세 등 조세정책 변화, AI 등 미래먹거리를 위한 산업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의 현황을 보고 정책 대전환을 만드는 소신을 (국무위원 등에게) 주문하고 싶다”고 전했다.
‘흔들림 없이 소신껏 일하는 자세’의 연장선에서 김 지사는 선감학원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초 지난달 4일 정부는 선감도를 방문해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려 했지만, 당시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행정안전부가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되면서 사과는 기약없이 밀리게 된 상황이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2022년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경기도가 하겠다”고 밝히며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정부가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기로 했었는데 (계엄 사태 등으로) 묻혀버렸다. 이러한 일들에 소신껏 사과하고 정책의 전환을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김 지사가 두각을 드러낸건 결단력과 외교력이었다. 김 지사는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달 4일 각국 해외인사와 기업 등 2천400여명에게 긴급서한을 보내 한국의 상황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서한에 대한 답도 많이 오고 실제로 몇몇 지도자들은 문자나 SNS로 연락이 오기도 했다”며 “경제부총리 시절 저의 카운터파티였던 한 전직 재무장관은 첫마디로 ‘Are you okay?(괜찮습니까?)’라고 물어보더라. 최근 만났던 주한 영국·미국대사와도 한국의 민주주의, 대외관계, 경제까지 솔직한 우려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번 일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걱정거리가 됐다”고 우려했다.
김 지사는 매년 1월 열리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 한국을 대표해 참석할 예정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도 김 지사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장 중에서 유일하게 초청받아 각국 기업인과 경제학자, 정치인 등과 경제에 대해 논했다.
김 지사는 “최근 한국의 상황에 대해 각국 지도자들의 걱정이 많아 세션에서 한국 상황을 얘기해주는 질의응답을 제안해 왔고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올해 경기도지사 취임 4년차를 맞는 김 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이하 경기북도), 경기국제공항 등 역점사업에 대한 꾸준한 추진의지도 다졌다. 특히 경기북도의 경우 도내 일부 지자체가 서울편입을 주장하며 정책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뚜벅뚜벅 흔들림 없이 가겠다”는 김 지사의 원칙은 그대로다.
김 지사는 “경기북부가 대한민국 성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러나 중앙정부가 애써 외면하는 주민투표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갈 것이다.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를 통해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공기관 북부 이전도 속도를 내겠다. 도에서 추진가능한 도·도로·하천 등 교통인프라를 개선하고 투자유치를 위한 규제도 개선한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회와도 적극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국제공항 후보지의 반발에 대해선 “지금 초기단계로 후보지가 나온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다. 여러가지 의견을 잘 수렴하고 (주민들과의) 토론을 통해 배후지 개발이나 국제도시 또는 산업과 기업유치로 발전시키는 계획을 설득하고 대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탄핵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및 체포를 촉구하는 1인 시위, 집회 참석뿐만 아니라 정치적 비판 강도를 올리고 있는 김 지사는 대선 출마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여권 후보들과의 정치적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는 “국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득실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만 보는 정치인이 (좋게) 평가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 지사는 “저는 내란종식, 경제재건, 나라 바로세우기 등 세가지 관점에서 사심없이 목표를 가지고 일하자고 얘기해왔다. (물론) 국민들께서 역량과 일머리도 평가하겠지만 국가 앞날을 위한 진정성과 비전이 있는지, 나를 희생하더라도 헌신할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내년은 광복 80주년이자 을사년”이라며 “탄핵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지 못하면 120년 전 을사늑약과 같은 반복된 비극을 겪게 될 것이다. 내란 단죄와 경제재건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모든 정치권은 정파적 계산과 사익을 버리고 역사와 국민께 부끄럽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김 지사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등으로 혼란해진 정국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윤석열 정부의 ‘뺄셈 외교’, 거꾸로 가는 경제, 역행하는 기후정책, 편가르기를 통한 사회 갈등 야기 등 잘못한 것들을 일소에 부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계엄과 탄핵으로 국민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봄이 오게끔 온 국민이 힘을 합쳐 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