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종합병원 건립이 표류 중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중구 영종도 지역에 항공기 사고 등 각종 재난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종합병원 유치는 시급한 현안이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해 환자를 긴급 이송해야 할 경우 인천대교나 영종대교를 통해 먼 육지까지 건너가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영종도에는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이 없다. 인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30㎞ 이상 떨어진 인하대병원이다. 위급한 환자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지난 2021년부터 영종도 내 국립대병원 분원 설치를 위해 서울대병원과 논의해 왔지만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 수도권 병상 공급을 제한하려는 정부의 의료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데다,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전공의 파업 등 의정 갈등 사태와 맞물려 협의마저 중단됐기 때문이다.
송도와 청라의 종합병원 건립 계획이 영종도에는 불리한 여건이 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는 2026년까지 800병상 규모의 송도세브란스 병원이, 청라국제도시에는 2029년까지 800병상 규모의 현대아산병원 등이 들어올 예정이다. 여기에 인근 시흥시 배곧신도시에도 서울대병원 분원이 들어올 예정이어서 복지부는 영종에 대형 종합병원을 짓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영종도의 지역 특성을 살펴봐야 한다. 국가의 관문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의 슬롯배정(항공기 이착륙 횟수)에 따르면 하루 평균 1천300회를 상회할 만큼 빈번하며, 영종동의 유동인구는 하루 약 485만명에 달하는 지역이다. 영종국제도시는 2026년 영종구로 독립할 예정이다. 2024년 기준 인구 12만명을 넘어섰으며 미단시티와 한상드림아일랜드 등의 항공해양복합 문화관광단지가 조성되면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영종도 종합병원 건립은 우선 국가재난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익성이나 예산 문제, 수도권 규제와 별도로 국가 관문공항의 대형사고 등 재난사고에 긴급 대응할 특수목적 종합병원이기 때문이다. 또 영종도의 종합병원은 감염병 대응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현재 연간 5천만명에 달하는 해외 입국자는 대부분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공항은 감염병 1차 저지선임을 감안한다면 특수목적 종합병원 건립은 더욱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책사업과 연계하여 예산 지원에 나서고 지자체는 병원 부지 제공 계획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