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모델학원 등 노년 발길

경제력 갖추고 교육수준도 높아

“은퇴후 여유, 신규 소비층 부상”

수원시에 사는 김정현(57)씨가 올해 7월부터 운영하는 피아노 학원은 50대 이상만 다닐 수 있다. 평균 나이 60대 원생들이 모여 피아노를 배우는 이곳에서는 피아노의 종류도 사뭇 다르다. 손가락과 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디지털 피아노가 마련돼 있다.

김씨는 “음악 학원을 오래 운영하다가 몇 년 전부터 악기 판매를 겸하고 있는데,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피아노를 많이 구매하는 모습을 보고 시니어 음악학원이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현상 가속화에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65세 이상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 증가, 사교육계 새로운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1천24만4천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천122만1천286명)의 20%를 넘어섰다. 반면 통계청 자료에 따른 출생아 수는 2020년 27만2천300명, 2021년 21만600명, 2022년 24만9천200명, 지난해 23만28명으로 감소하며 매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시니어들의 사교육열이 높아진 데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9년생)의 은퇴로 노후에도 활발하게 여가나 취미 생활을 즐기는 ‘젊은 노인’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양시 무용학원에서 시니어모델 워킹수업을 진행하는 임미경(57)씨는 “은퇴 후 어르신들이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다가 모델 워킹수업을 들으러 온다”고 했다. 경기 북부에서 영어회화 학원을 운영하는 A씨도 “동네 주민센터에서 수업을 듣다가 전문적인 교육이 받고 싶다며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있다”고 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축이 된 젊은 노인은 기존 노인 세대와 달리 비교적 높은 경제력과 교육 수준을 갖췄다”며 “은퇴 후 시간적 여유가 생긴 이들이 구매력을 갖춘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했고, 사교육 시장이 반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