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음건강 요령’ 시청시간 제한

단순한 호기심 유포 행위 등 삼가야

“규칙적 일상… 평정심 유지” 조언

30일 인천시청 앞 애뜰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르 찾은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2024.12.30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30일 인천시청 앞 애뜰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르 찾은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2024.12.30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동영상으로 본 참사 당시 상황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돕니다.”

인천시청 앞에 마련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대학생 최성현(24·인천 남동구)씨는 “참사 직후 생존자가 한 명이라도 더 나오길 바라며 뉴스를 실시간으로 찾아봤는데 결국 다수의 희생자가 나와 좌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요즘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면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국가 애도 기간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려고 한다”고 했다.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상황을 영상이나 사진 등으로 접한 시민들이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김성윤(31·인천 부평구)씨는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이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알고 나서 일상생활 중에도 참사 생각이 계속 떠오른다”고 했다. 대학생 강한별(21·인천 남동구)씨는 “참사 당시 영상과 사진을 무분별하게 공유하고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일부러 피하고 있다”고 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심리지원 행동요령을 공개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 캡처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심리지원 행동요령을 공개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 캡처

최근 국가트라우마센터는 대중매체, 인터넷 등으로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간접적으로 접한 국민들의 마음건강을 위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심리지원 행동요령’을 공개했다.

행동요령을 보면 재난에 관한 언론 보도를 접하는 시간을 아침과 저녁 시간으로 제한해 참사에 대한 과도한 몰입을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난 보도를 접하고 불안하거나 슬픈 감정이 생기더라도 음주·흡연·약물 복용 등은 자제하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사고 관련 사진과 영상을 유포하거나 시청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앞서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1999년 10월30일), 4·16 세월호 참사(2014년 4월16일) 등 유가족이 모인 재난참사피해연대·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성명을 내고 “보도 과정에서 재난피해자 인격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흥미 위주의 보도와 선정적 보도를 지양해달라”고 언론에 당부하기도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불과 2년여 전에도 이태원 참사를 겪는 등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재난에 노출되고 있다. 최근 비상계엄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경기 불황 등에 영향을 받아 트라우마가 가중되고 있다”며 “누구나 접할 수 있는 항공기에서 사고가 발생해 심리적으로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튜버 등은 재난을 반복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동영상·사진을 무분별하게 공유·재생산하지 말고, 시민들도 시청을 제한해야 한다”며 “슬픔과 애도의 감정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규칙적인 일상을 통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