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년인사회서 경제불확실성 우려
수익개선보다 적자 관리에 집중
내수, 소비 심리 위축 해결 강조
인천지역 기업들은 국내외 정세 불안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면서 올해 코로나19 유행 시기보다 더 큰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인천상공회의소 주최로 지난 3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5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지역 기업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기업 성장은커녕 현재 경영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기업인들은 고환율에 따른 손실 부담을 올해 경영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으며,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정치가 우선 안정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인천 한 여행사 대표는 “달러 강세로 한국 돈의 가치가 떨어져 해외에 나가서 돈을 쓰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니 해외여행을 미루는 사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에는 저비용항공사(LCC)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신규 계약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여행사 대표는 “보통 연초에는 자녀 방학 기간에 맞춘 가족여행 수요가 집중되고 봄에는 회사·단체관광으로 특수를 누리는데 현재 관련 문의가 뚝 끊겼다”며 “여행사가 보통 항공사 좌석의 4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항공업계도 ‘제2의 코로나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한다”고 했다.
기업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기 지표도 개선돼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중국에 고율 관세를 내세운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등 여러 변수 속 중국 경제는 더 악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대외 악재인 러·우 전쟁, 중동 위기 등도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지역 정유기업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국 경기가 나아져야 저가 물량 공세가 줄고 수출 수요도 늘어난다”며 “중국이 내수 부양책을 펼치고 있지만 ‘트럼프 리스크’로 중국 경제는 더 고립될 것으로 본다. 당분간은 수익성 개선보다는 부채·적자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수에 기대는 기업들은 한국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기 악화와 소비심리 위축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12월 인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84.5로 전월(94.2)보다 9.7p 떨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9월(78.7)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인천시가 기업, 소상공인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해 특례보증 등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지역 내수 경기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 의류 도소매 업체 대표는 “납품하는 업체들 상황이 안 좋아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며 “필수재를 제외한 의류, 잡화 등 품목은 경기 불황에서 가장 크게 타격을 입는데, 정부·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소비 진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이 2%대를 밑돈 적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54년 이후 여섯 번째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