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측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비상계엄 관련 위반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는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를 따지지 않고,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제77조에 명시되어 있는 요건을 어김으로써 탄핵 사유인 ‘헌법과 법률에 위반’한 사실과 국무회의가 사실상 없었고 국회 통과 절차를 위반한 사안만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형법상 내란죄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헌법재판소에서 동시에 심리하면 탄핵 심판이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속히 탄핵 심판을 종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형법상 내란죄 여부를 판단하려면 더 많은 증인과 증거가 있어야 하고 입증 부담도 커진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 위법성만을 심리하는 것보다 시간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성립을 근거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놓고 내란죄는 다투지 않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 역시 반발하고 있다. 내란 혐의 때문에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형성됐는데 이제 와서 이를 제외하는 건 일종의 사기탄핵이자, 최대한 탄핵 결론을 빨리 이끌어냄으로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배제하려는 꼼수 탄핵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 소추는 헌법 제65조에 의한 ‘대통령…등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라는 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헌재는 대통령의 헌법 위반 여부를 심리하고 이에 대한 종국심리에서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따라서 엄밀히 보면 헌재 심리에서 내란죄 여부를 탄핵 사유에서 제외해도 문제는 없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윤 대통령 측과 여당은 사사건건 절차의 정당성을 문제삼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죄 수사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당하다며 체포영장의 불법·무효까지 주장하는가 하면 체포영장 발부 관할 법원이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것도 문제를 삼아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 심리에서 내란죄를 빼면 이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빌미로 최종적 탄핵 심판에 승복하지 않을 명분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헌재는 탄핵 심판에서 내란죄 혐의를 제외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논리와 법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탄핵 심판의 정당성 논란과 이로 인한 또 다른 분열과 갈등을 피해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