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직배송 ‘물류비 공제’ 관행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공정위 조사

“협의 없이 폐지후 전산항목 없애”

(주)현대그린푸드 본사. /경인일보DB
(주)현대그린푸드 본사. /경인일보DB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사인 (주)현대그린푸드가 식자재 납품 협력사에 유통마진과 별도로 에누리를 적용해 논란(2022년 7월29일자 5면 보도)이 된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현대그린푸드가 공정위의 조사를 피해가기 위해 관련 증거를 숨기는 꼼수를 부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갑질" vs "관행"… 유통가 물류비 명목 '에누리' 공방

현대백화점의 계열사인 식자재 유통업체 (주)현대그린푸드가 유통과정에서 30~40% 가량의 자체 유통 마진 외에 물류비 명목의 '에누리'를 별도로 책정, 자사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사에 부과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이를 두고 현대그린푸드는 에누리 부과가 동종 업계 내 공공연한 관행이라는 입장인 반면, 협력사는 이 같은 관행 자체가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된다며 최근 이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통 마진외 별도로 협력사에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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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에 있는 김치 제조업체 (주)토속은 앞서 지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그린푸드에 김치를 납품했다. 납품 과정에서 현대그린푸드가 자체 유통마진 30~40%와는 별개로 협력사에 에누리를 책정하고, 매년 오른 에누리 요율도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게 토속 측 설명이다.

에누리는 현대그린푸드가 협력사에게서 공급받은 제품을 최종 거래처에 배송하는 데 드는 일종의 물류비 개념으로, 협력사의 납품단가에서 해당 금액을 공제하고 처리된다. 하지만 현대그린푸드를 거치지 않고 협력사가 직접 배송할 때도 4~5%의 에누리가 발생해 문제가 됐다.

토속은 에누리 관행이 소위 말하는 ‘갑질’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10월 관련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토속 측 법률대리인은 “앞서 한 차례 신고가 있었으나 공정위가 토속이 하도급 업체에 해당되는 지 여부만 검토하고 김치 제조는 하도급 거래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사건 심사를 종료했다”며 “이번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부로 검토를 받기 위해 다시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토속 측은 현대그린푸드가 조사에 필요한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토속이 에누리를 문제삼으며 공정위에 신고하자, 현대그린푸드가 에누리 부과를 돌연 폐지했다는 것이다. 토속 측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월까지 현대그린푸드 내부 전산에는 에누리 관련 항목(매입에누리·매입장려금·매입조정금액)이 포함돼 있다.

토속 측 법률대리인은 “에누리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한 2021년 5월 현대그린푸드는 에누리 차감을 갑자기 중단했고, 공정위에는 이후 에누리가 반영되지 않은 거래내역만 제출했다”며 “이후 내부 전산 수정을 거듭해 2022년부터는 전산에서 관련 항목을 아예 없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협력사의 상의를 거치지 않고 에누리를 폐지한 것은 그동안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에누리 부과를 결정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그린푸드 측은 에누리가 계약 조건 중 하나로 계약서에도 명시돼 있다고 설명하며 유통업계의 관행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토속의 신고에 따라 현재 공정위에서 조사 중인 사항”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충실히 소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린푸드는 토속 관계자 A씨를 영업방해 등으로 형사고발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12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 결정을 내렸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