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과천TG서 추돌로 60대 사망
차로 미조치, 인지시점 지연 분석
“바닥에 파란 선 눈에 먼저 들어와”
차로가 임시 폐쇄된 고속도로 요금소를 통과하던 앞뒤 차량 간 추돌사고가 발생해 뒤따라오던 차량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2024년 12월19일 인터넷 보도)한 가운데, 고속도로 요금소 차로 통제 안내 시스템에 문제가 제기됐다. 실제 차로는 폐쇄하지 않은 채 전광판에 ‘차로폐쇄’ 알림을 먼저 띄우는 매뉴얼 탓에 혼선이 발생, 앞 차량의 급정거가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후 1시17분께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안양과천TG(안양 방향)를 향하던 카니발 차량을 라보 차량이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라보 차량 운전자 6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이날 사고는 요금소 전광판 ‘차로폐쇄’ 알림 문구를 뒤늦게 발견한 카니발 차량 운전자가 요금소 통과 직전 속도를 급격히 줄이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전광판 차로폐쇄 알림과 달리 실제 차로는 폐쇄돼 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앞서 가던 차량 운전자의 인지 시점이 늦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도로공사의 ‘하이패스 차로 안전관리 절차도’를 보면 하이패스 점검 등을 이유로 차로를 폐쇄할 경우 영업소 근무자와 상황실에 통보하고, 하이패스 차로VMS에 ‘차로폐쇄’, ‘점검중’ 문구를 띄운 뒤 차량 등을 활용해 차로를 폐쇄 조치하도록 돼 있다. 전광판에 차로 폐쇄를 먼저 알리고 실제 차로를 폐쇄하는 순서인 셈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요금소는 민자고속도로 운영사가 관리하는 곳이다. 경찰 조사에서 해당 운영사는 “차로 점검 안내에 관한 별도의 매뉴얼이 없어 외부 매뉴얼을 따랐고, 순서상 문제가 없었다”고 진술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운전자들의 시야를 고려해 주행차로를 먼저 막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도로공사의 매뉴얼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명훈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하이패스 구간은 차량이 워낙 빠른 속도로 통과해 급정거를 예상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성이 크다”며 “운전자 시야에서는 전광판보다 주행 방향의 차로와 바닥에 칠해진 파란 선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차로를 먼저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해당 지침은 공사 내부에서만 사용해 민자고속도로 등에 별도로 제공한 적은 없다”며 “점검 안내는 편의상 순서를 매긴 것일 뿐 실무적으로는 거의 동시에 진행된다”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