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 재착륙 시도와 다른 행태
플랩·에어브레이크 미작동된 듯
‘콘크리트 설치’ 규정위반 지적도
무안 제주항공 참사는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로 출발했다. 이후 연이어 여러 비정상 상황이 뒤얽히며 결국 둔덕에 충돌, 17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로 확대됐다. 비상상황 선언 후 둔덕 충돌까지 4분의 시간 동안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가 이번 참사의 전모를 밝혀낼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 비정상 상황의 시작점 ‘버드 스트라이크’
관계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사고를 당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정상접근을 진행하던 중 당일 오전 8시59분께 무안공항 관제탑에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버드 스트라이크, 버드 스트라이크, 고잉 어라운드(Going around)”라고 보고했다.
사고와 관련 현재까지 확인된 관제탑과 조종사 사이 구체적 교신 내용이다. 사고기 조종사는 비상상황의 원인을 ‘조류충돌’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 교신이 이뤄지던 시점의 항공기 위치와 속도, 고도, 랜딩기어·플랩 등 각종 항공기 조종면(control surface)의 정확한 외형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러한 비행 데이터는 블랙박스 FDR(비행기록장치)에 기록된다. 다만 FDR이 일부 훼손됨에 따라 우리나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이를 미국 NTSB(미국 연방 사조위)에 보내 합동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류충돌이 출발점으로 지목되면서 무안공항 위치와 대응이 논란이 됐다. 정부가 발행한 항공정보간행물에도 무안공항은 4곳의 먹이·서식구역(feeding/roosting area)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조류퇴치반 규모는 4명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은 수준이었고, 현장 근무도 1명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 마지막 4분, 조종석에서는 무슨 일이
오전 8시59분 조종사의 비상상황 선포 이후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기체가 9시33분 활주로 말단 둔덕에 충돌하기 직전까지 4분 동안 수많은 일이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기는 010°방향으로 접근하다 조류충돌로 복행을 시도한 이후 접근경로를 벗어나 180도 선회(티어드롭 턴)해 190°방향으로 접근해 2차 착륙을 시도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활주로와 나란한 모양의 직사각형 형태의 비행 경로를 다시 그리는 방식으로 재착륙을 시도하는데 이번 사고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달랐다. 관제탑과 교신을 통해 결정한 것인데, 당시 바람이 미약해 이 같은 결정 자체에 문제는 없었다. 다만 그만큼 시간적·물리적 여유는 없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활주로에 닿기 전 랜딩기어를 펴지 못했다. 결국 동체착륙을 하게 됐다. 현재까지 각종 언론 제보 영상을 보면 고양력 장치인 플랩(flap)과 날개 위 에어브레이크도 작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사고기의 각종 등화(라이트)도 켜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엔진 손실에 따른 유압계통과 전기계통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이들이 많다. 국토부는 CVR(음성기록장치) 데이터를 추출해 녹취록을 완료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 사고를 참사로 만든 ‘콘크리트 둔덕’
동체착륙 항공기가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는 대형 참사로 끝났다. 무안공항 ‘19 활주로’ 끝단에는 흙으로 덮은 2m 높이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2m 높이 로컬라이저(LLZ)가 설치됐다. 로컬라이저는 계기비행(IFR) 접근 항공기가 활주로 중심선과 얼만큼 벗어나 있는지 조종사에게 알려주기 위한 전파를 비행기에 보내는 항행안전시설이다.
사고기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활주로에 내렸지만 속도가 줄지 않았고 결국 활주로를 벗어나 둔덕과 충돌했다. 둔덕이 없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둔덕 설치가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토부는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항행안전시설과 현지 실사를 진행키로 했다. 국내에도 여수·광주·포항 등이 무안공항과 같은 형태로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다.
/김성호·김주엽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