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복합상가 화재의 인명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방화시설과 대피 유도가 적절히 이뤄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은 해당 건물내 방화문 모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분당 복합상가 화재의 인명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방화시설과 대피 유도가 적절히 이뤄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은 해당 건물내 방화문 모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새해 벽두부터 모두의 가슴을 쓸어내린 대형 화재가 경기도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지난 3일 오후 성남시 야탑동 8층짜리 복합상가건물 내 1층 음식점 주방에서 시작된 불길이 환기구를 타고 급속도로 번졌다. 검은 연기는 금세 온 건물을 뒤덮었다. 화재 직후 스스로 건물을 빠져나온 70명을 제외하고도 240명이 건물 안에 있었다. 초진이 마무리되기까지 1시간20여분 간 많은 이들이 가슴을 졸였다. 이후 인명구조에 나선 소방은 건물 옥상과 지하 공간 등지에 대피해 있던 240명을 전원 안전하게 구조했다. 연기 흡입 등으로 인한 35명의 경상자를 제외하고는 중상자조차 없었다. 다행이고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방화문과 스프링클러 등의 방화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점, 그리고 대피가 원활했다는 점 등이 꼽힌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층마다 방화문이 닫혀 있었다고 밝혔다. 1층 발화지점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건물 전체에 퍼지는 것을 방화문이 막아준 셈이다. 앞서 여러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 대다수가 대피 과정에서 순식간에 퍼지는 유독가스 탓에 질식해 숨졌던 사례에 비춰 보면, 이번 방화문 폐쇄는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스프링클러가 제때 정상 작동한 점도 불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지난해 8월 화재 발생으로 무려 19명이 목숨을 잃었던 부천의 한 호텔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화를 키웠다. 또 화재 당시 150명이 옥상으로 대피했는데, 대피가 원활하게 이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옥상으로 향하는 비상문이 열려 있었고 대피로에 방해가 될만한 적치물도 없어 여러 사람들의 신속한 대피가 가능했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당연히 방화문이 닫혀야 하고, 당연히 스프링클러가 작동해야 한다. 당연히 옥상이나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 하고 이 과정에 방해물이 없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평소 정해진 시스템대로 작동했을 뿐인데, 이는 거대한 화염과 연기 속에서 수백명의 목숨을 지킨 결과로 이어졌다.

참사가 발생하면 평소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밝혀진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건 의미가 없다. 특히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면 더 그렇다. 소를 잃지 않기 위해 평소 외양간을 점검하는 건 기본이다. 기본만 잘 지켜도 참사는 막을 수 있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