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콘텐츠 반복 추천 알고리즘

판단력 잃고 뇌 무기력하게 만들어

왜곡된 사고,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

허위조작 매체 통제 법안 서둘러야

정보 식별능력, 그 어느때보다 절실

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세상이 어수선하다. 미국 대선에서 예상외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우리나라는 계엄선포와 해제, 내란 사태 등으로 정치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초연결 사회에서 거짓 정보가 광범위하게 유통되면서 사회가 이를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정보 유통이 손쉽게 이루어지게 되었고 사람들 간의 지리적 한계도 크게 줄어들었다. 다른 대륙에 사는 사람들과도 인터넷을 통해 의사소통하며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유튜브는 2005년에 등장하여 2006년 구글에 인수되면서 영향력이 급격히 확산되었다. 페이스북은 2004년에 출시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현재는 메타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은 2010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러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확산은 미디어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특히 유튜브의 인터넷 방송, 유명 크리에이터의 출현, 감각적인 동영상의 홍수, 비슷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추천하는 강화 알고리즘은 사람들을 비슷한 콘텐츠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추천 방식이 사람의 뇌를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유사한 정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뇌썩음으로 판단력을 잃고 세뇌된다. 단적인 예로, 기후 온난화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이 난대림화되어 가는 명백한 변화가 관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 온난화는 사기라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과학자들이 신뢰할 만한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해도 이들은 이를 무시하거나 왜곡하여 비과학적인 해석으로 기후 온난화를 부정한다. 더욱 문제는 이런 주장을 펼치는 유튜브 채널들이 상당한 수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채널들은 허위 정보를 대중에게 퍼뜨리며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어할 수단은 부재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라고 믿지만, 초연결 사회에서는 혼란스러운 정보의 바다에 휩쓸리기 쉽다. 우리는 매우 비합리적이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 극우나 극좌 성향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시청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관점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신념으로 굳히게 된다. 극단적인 주장을 담은 콘텐츠는 종종 거짓되거나 편향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언론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이들조차도 허용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언론을 지나치게 통제하면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매체들도 방치하고 있다. 우리는 민주사회의 자정 능력에 의존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용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많지만 거짓과 편향된 정보를 퍼뜨리는 매체들의 악영향이 더 크다. 이들은 사람들의 생각을 편향적으로 몰아가며 한번 길들여진 뇌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매일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더욱 강한 편향성을 가지게 되고 거짓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이며 체화한다. 이렇게 왜곡된 사고는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이를 교정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미국과 EU 등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허위 정보와 거짓 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을 마련하고 전담 기관들을 설립해 이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데이터와 정보를 식별하고 공공 안전과 국가를 위협하는 경우 이를 조율하고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아직 민주적 통제를 위한 감독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거짓 정보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회는 언론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하거나 거짓을 선동하는 매체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법안을 서둘러야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이 거짓 정보를 식별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이다.

/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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