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리셀 대표이사 박순관, 경영책임자”

진술서 속 “안전교육·화재대피 훈련 없었어”

“책임 통감” 박 대표, 중처법 혐의 전면 부인

6일 오후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가 수원지법 앞에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1.6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6일 오후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가 수원지법 앞에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1.6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23명이 숨진 화성 아리셀 참사 사건의 첫 공판이 지난해 9월 24일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구속 기소된 지 104일 만에 열렸다. 재판에서는 박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증거가 차례로 제시됐다.

6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고권홍)는 중대재해처벌법·파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박 대표 등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박 대표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 등 총 8명의 피고인이 출석했다.

공판은 검찰 측이 준비한 공소사실 설명과 증거조사로 진행됐다. 특히 검찰은 박 대표가 아리셀의 실질적 경영책임자이며,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적용된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집중했다.

검찰은 아리셀의 정관에서 주주총회는 대표이사가 소집하는 점, 주주총회의 의장은 대표이사가 맡는 점 등을 근거로 아리셀의 대표이사인 박 대표가 경영책임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리셀의 재무제표 분석보고서를 제시해 “아리셀의 대표자는 피고인 박순관이다”며 “또 아리셀은 피고인 박순관이 운영하는 에스코넥에 종속된 구조”라고 밝혔다. 아리셀이 수차례 금융회사에게 차입함에 있어 박 대표가 연대보증을 선 것 또한 검찰은 “박순관이 경영책임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리셀이 직원에 대한 화재·안전교육에 소홀했던 점도 지적됐다. 검찰이 제시한 진술서에 따르면 아리셀 직원들은 정직원과 비정규직을 불문하고 “회사를 통해 안전교육 및 화재 대피 훈련을 받은 적 없다”며 “일주일에 3회 열리는 아침조회 때 리튬전지에 대한 일반적인 위험성에 대한 안내만 있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가 지난해 8월 2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8.2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가 지난해 8월 2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8.2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박 대표는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 후 재판부에게 발언권을 얻어 유족에게 사죄한다고 밝혔다. 피고인석에 선 박 대표는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아리셀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 어떤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없고, 그 책임에 대해서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던 것처럼 이날 법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3시간 25분에 걸친 재판이 종료한 후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유가족들은 박 대표의 사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유가족 이모(54)씨는 “법정에서 머리를 꼿꼿이 들고 있는 박 대표가 너무도 뻔뻔하지 않은가”라며 “직원에 대한 안전교육 하나 없었고 출입구를 안내하지 않았음에도 아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30분께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사고와 관련,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방해,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다른 임직원 등 6명과 아리셀을 포함한 4개 법인도 불구속 기소됐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