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기서 불길 옮겨붙어 확산 추정

“기름때 쌓여… 주기적 관리 필요”

연 3~4회 청소 권장… 잘 안지켜져

“필터 설치 등 지자체 지원도 방법”

배기덕트 청소 전(위)과 후 모습. /독자 제공
배기덕트 청소 전(위)과 후 모습. /독자 제공

“배기 덕트 청소를 더욱 자주 해야겠네요.”

6일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인근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보고 걱정이 늘었다. 지난 3일 발생한 인근의 복합상가건물 화재(1월6일자 7면 보도) 당시 불길이 음식점 배기 덕트를 타고 크게 번졌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거뭇거뭇한 배기 덕트를 바라보며 “원래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은 청소했는데, 더 자주 해야 하나 고민된다”고 말했다.

[영상+] 큰불에도 전원 구조… 새해 선물 같은 기적 보여준 ‘분당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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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불길이 치솟으며 한때 대응 2단계까지 발령, 상당수 시민들이 새해 벽두부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건물 1층 음식점 주방에서 불이 났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다수 인명피해 발생을 우려해 인접 소방서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는
https://www.kyeongin.com/article/1725129

매년 경기도 내 음식점에서만 500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하는 가운데, 연초부터 음식점 튀김기에서 시작된 불이 배기 덕트를 타고 큰 불로 번진 것으로 알려지자 음식점 배기 덕트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6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도내 음식점 화재는 2022년 558건, 2023년 586건, 2024년 543건 등 매년 꾸준히 500건 이상 발생했다. 최근 3년 간 평균 발생 건수만 562건에 달한다.

6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복합상가 건물에서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건물은 지난 3일 오후 대형 화재가 발생해 상가 내에 있던 300여 명이 대피했다. 2025.1.6 /김태강 기자 think@kyeongin.com
6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복합상가 건물에서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건물은 지난 3일 오후 대형 화재가 발생해 상가 내에 있던 300여 명이 대피했다. 2025.1.6 /김태강 기자 think@kyeongin.com

지난 3일 발생한 상가건물 화재는 건물 1층 음식점 주방 내 튀김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불길이 주방에 설치된 배기 덕트를 타고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배기덕트가 건물 외부 주차장으로 연기가 빠져나가게 돼 있어 인명피해가 최소화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배기 덕트 내부에 쌓이는 기름때 등 찌꺼기는 불이 붙으면 빠른 속도로 확산할 수 있어 주기적인 청소와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소방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겨울철 화재 안전대책의 일환으로 음식점 주방 화재 예방을 위한 배기 덕트 청소, K급 소화기 비치 등을 홍보하며 정기적으로 점검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간 3~4회 가량 정기적인 배기 덕트 청소를 권장하고 있으나, 실제 대다수 음식점에선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식점 운영자 B씨는 “1년에 1번 정도 업체를 불러 청소한다”며 “청소할 때는 손님을 받기 힘들어 자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배기덕트 청소업체 ‘창 커뮤니케이션’ 김영민 대표는 “배기 덕트를 잘 관리하는 음식점은 10곳 중 2~3곳 정도뿐”이라며 “오염이 심해질 때까지 사용하다 청소를 요청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대형화재 예방을 위한 배기 덕트의 주기적인 청소가 요구되는 가운데, 관계 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지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주방용 소화기인 K급 소화기나 덕트에 기름을 걸러주는 필터 설치 등을 지자체에서 지원해 주는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