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없는 동포 고령자 많아… 국가가 관심 가져주길”
76명 함께 생활 “부산서 오신 분도”
해마다 광복절 태극기 그리기 행사
“와상 중환자 늘어… 인력 더 필요”

인천에는 전국 유일하게 사할린 동포들만 머무르고 있는 요양시설이 있다.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은 한·일 적십자사가 진행한 ‘사할린 거주 한인지원 공동사업’의 일환으로 1999년 세워졌다. 이곳엔 평균 나이 85세의 사할린 동포 76명이 함께 살고 있다.
이영은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사무국장은 “노인이 돼 돌봄이 필요하지만 가족이 없는 사할린 동포들이 복지회관에서 함께 생활하며 마지막 여생을 마무리한다”며 “사할린 동포끼리 교류하며 지낼 수 있다 보니 부산에 살다 이곳에 오는 어르신도 있다”고 말했다.
사할린 동포는 1945년 8월15일 이전에 러시아 사할린으로 이주했거나 사할린에서 태어난 한인들을 말한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약 4만3천명이 일본군에 의해 사할린에 강제징용됐다. 2021년 ‘사할린동포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사할린 동포 1세대와 그 배우자, 직계비속 1명도 한국에 영구 귀국할 수 있게 됐다.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은 다른 복지회관과 달리 매년 특별한 행사를 진행한다. 8월 15일 광복절이 되면 다함께 태극기를 그리며 광복의 기쁨을 즐기는 것이다. 3월8일 ‘여성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하고 여성들에게 축하카드와 꽃을 선물하는 러시아 문화에 맞춰 즐거운 축제를 열기도 한다. ‘러시아의 조국 수호자의 날’인 2월23일에도 행사를 연다.
1860년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항일 독립운동, 강제 동원 등의 이유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지로 이주한 이들과 그 후손인 고려인 등이 모여 사는 함박마을이 근처에 있어 러시아 식료품을 파는 트럭이 2주에 한 번 복지회관을 찾아오기도 한다.
이 사무국장은 “사할린 동포들은 오랜 기간 한국을 떠나 살아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인근 요양원, 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사람들과 교류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고국땅으로 돌아온 사할린 동포들에게 국가가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매년 돌봄을 위한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인데 복지회관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호소했다.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 매년 국비 14억5천만원이 지원됐으나 2023년부터 13억6천만원으로 줄었다. 그는 “매년 복지회관에 입소하는 사할린 동포의 평균 나이가 높아졌고, 중증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며 “복지회관에 거주하는 사할린 동포 중 70%가 치매 환자이거나 와상 환자여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