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습설로 벌통 막혀 질식

“분양가 45만원인데 통당 15만원”

최근 이어진 한파와 습기를 머금은 눈 등으로 꿀벌이 집단폐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7일 오후 의왕시 한 양봉농가에서 농장주가 밤사이 집단폐사한 벌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1.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최근 이어진 한파와 습기를 머금은 눈 등으로 꿀벌이 집단폐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7일 오후 의왕시 한 양봉농가에서 농장주가 밤사이 집단폐사한 벌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1.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아버지 세대부터 2대째 양봉농가를 운영하고 있는데, 벌이 이 정도로 많이 죽은 것은 처음입니다.”

7일 찾은 의왕시의 한 양봉농가에는 죽은 꿀벌 수백 마리가 바닥에 뒤엉켜 있었다. 이맘때쯤이면 1천600여㎡ 가까운 부지에 벌통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야 하지만, 올해는 36통 가량만 남은 채 부지가 텅 비어 있었다. 이곳을 물려받아 14년째 운영하고 있는 장성범(57)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씨는 “앞으로 눈이 또 온다는데, 남은 벌통에 있는 벌들도 죽어버릴까봐 걱정”이라면서 “간밤에도 벌통 한 개에 있는 벌이 전부 죽었다”며 텅 빈 벌통을 들어보였다.

지난해 11월 말 경기 남부에 내린 폭설로 꿀벌이 집단 폐사하면서 양봉 농가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농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습설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폭설이 피해를 키운 이유는 습도를 머금은 눈이 벌통 위에 엉겨붙었기 때문이라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장씨는 “눈이 진흙처럼 벌통 입구를 틀어막아 안에 있던 벌들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이어진 한파와 습기를 머금은 눈 등으로 꿀벌이 집단폐사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의왕시 한 양봉농가에서 농장주가 밤사이 꿀벌이 집단폐사한 벌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1.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최근 이어진 한파와 습기를 머금은 눈 등으로 꿀벌이 집단폐사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의왕시 한 양봉농가에서 농장주가 밤사이 꿀벌이 집단폐사한 벌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1.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양봉 농민들을 더 애타게 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한 재난지원금이다. 도내 지자체들은 이번달 말까지 피해 농가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기 남부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자연재난조사 복구계획 수리 편람에 따라 양봉의 경우 벌통 1개당 피해 금액을 15만 원 정도로 책정했다”며 “그 중 절반가량을 국·시비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성에서 양봉농가를 운영하며 벌을 분양하는 A씨는 “작년에 벌통 1개 당 45만~50만원을 받고 분양했다”며 “15만원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최저가로 책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A씨의 양봉농가는 이번 폭설로 벌통 375통에 있는 벌이 전부 폐사했다. 통 하나당 1만 마리가 살고 있다고 가정하면 375만마리 넘게 죽은 셈이다. 그는 “이번 집단 폐사로 1억5천만원 가량 손실을 입었다”며 “폐사 사례가 많아서 올해 2월에는 꿀벌 분양 가격이 10만원 이상 오를 텐데, 이 정도 지원금으로는 양봉농가를 예전 수준으로 복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근 이어진 한파와 습기를 머금은 눈 등으로 꿀벌이 집단폐사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의왕시 한 양봉농가에서 농장주가 밤사이 꿀벌이 집단폐사한 벌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1.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최근 이어진 한파와 습기를 머금은 눈 등으로 꿀벌이 집단폐사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의왕시 한 양봉농가에서 농장주가 밤사이 꿀벌이 집단폐사한 벌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1.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김창길 농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분과 위원장은 “양봉은 과일과 다르게 기후 재난 관련 대책이 다소 미흡하게 마련된 상황”이라며 “농업·축산 분야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앞으로 운영 리스크가 더 커질 전망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농가를 지원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