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사건 엄벌내린 법원

 

보호대상 ‘위험·사망 가능성’ 고려

친모·아동학대방지협 눈물·박수

고법 “이상행동 불구 보듬었어야”

지난해 9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이 계모 A씨에 엄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4.9.3 /독자 제공
지난해 9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이 계모 A씨에 엄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4.9.3 /독자 제공

의붓아들인 이시우(사망 당시 12세)군을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40대 계모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아이가 숨진 지 1년 11개월 만이다. 아이 친모는 “아이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린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 ‘살인 고의’ 인정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7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계모 A(45)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아동의 사망 가능성과 위험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며 “보호해야 할 대상인 피해 아동을 상습적으로 학대·방임해 사망하게 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 아동이 생전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세심하게 보듬고 보살펴야 했다”며 “법정에서의 진술을 볼 때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그동안 법정에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약물에 의한 부작용 등을 이군의 사망 원인으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범죄 지속성과 잔혹성 등을 고려해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2024년 12월6일자 4면 보도)

검찰, 12세 아동 학대 사망 계모에 “사형”

검찰, 12세 아동 학대 사망 계모에 “사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검찰은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안치실에서 (사망 당일) 시우를 처음 봤을 때 오늘 낮까지 살아있었던 아이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상처가 많았다”며 “1년10개월간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며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고민
https://www.kyeongin.com/article/1721351

이날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하자 방청석에선 박수와 함께 “정당한 판결이다” “감사하다”는 외침이 나왔다. 친모와 그를 도와온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A씨는 2022년 3월9일부터 이듬해 2월7일까지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12살 의붓아들인 이군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A씨 범행에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7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군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이 확정됐던 아이의 친부 B(42)씨는 최근 감금 혐의로 징역 3개월이 추가됐다.

12살 의붓아들 학대사망 사건의 피해 아동인 고(故) 이시우(사망 당시 12세)군의 사진를 보는 친모 김선정(가명)씨. /경인일보DB
12살 의붓아들 학대사망 사건의 피해 아동인 고(故) 이시우(사망 당시 12세)군의 사진를 보는 친모 김선정(가명)씨. /경인일보DB

■아동학대 범죄에 경종 울린 판결

이번 판결은 이군이 숨진 지 1년11개월, 계모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 지 1년5개월 만에 나왔다.

고등법원과 대법원 등지에서 A씨 등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해 온 이군의 친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우에게 나는 계속 미안한 엄마이지만, (이번 판결로) 조금이나마 아이에게 편히 쉬고 있으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시우처럼 학대를 받은 사건에서 가해자 대부분이 아동학대치사죄로 처벌을 받았는데, 이번 판례가 생겨서 다행”이라고 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등은 그동안 친모의 1인 시위를 돕거나 수백 건의 엄벌 탄원서를 법원에 보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 안 됐다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었는데, 올바르고 정의로운 판결이 나왔다”며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이 엄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변민철·백효은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