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는 ‘권고사항’ 불과… 경쟁서 밀리는 지역기업

 

‘市 민생안정대책’ 공염불 우려 목소리

입찰 가점 등 폐지 오히려 불리 지적도

인천내 제한 입찰도 타 지역 비해 부족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17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인천시-경제단체-유관기관 합동 인천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17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17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인천시-경제단체-유관기관 합동 인천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17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인천시가 민생안정대책으로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지역상품 우선 구매 활성화 방안’(2024년 12월18일자 1면 보도)을 내놓았지만, 기업계에서는 특단의 대책 없인 실효가 없을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인천시는 지난달 17일 유정복 시장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역상품 우선 구매 확대 대책을 내놨다. 인천 지자체·공공기관이 지역업체 제품이나 용역 서비스를 구매하는 비율이 타 지역보다 낮은 가운데, 경기 침체와 비상계엄 여파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민관이 앞장서 지역상품 구매에 나서겠다고 했다.

인천시 ‘물가 안정·소비 활성화·중기 지원책’ 꺼냈다

인천시 ‘물가 안정·소비 활성화·중기 지원책’ 꺼냈다

경제단체, 경제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기업·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인천시는 이날 회의에서 ▲물가 안정 ▲소비 투자 활성화 예산 우선 집행 ▲중소기업·소상공인 재정 지원 등 3개 분야에 중점을 둔 정책을 내놨다. 물가
https://www.kyeongin.com/article/1723106

중소기업계에서는 인천시 대책이 공염불에 그치는 게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2년 11월 인천시가 광역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지역상품 우선 구매에 관한 조례’를 시행했지만, 조례 시행 이전과 이후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아서다. 지역상품 우선 구매에 관한 조례는 인천시 공공기관이 물품 구매, 용역 계약, 공사 발주 등을 할 때 인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과 우선 계약하도록 도입된 제도다. 중구·동구·미추홀구·서구 등에도 같은 내용의 조례가 제정됐다. 남동구와 연수구, 옹진군 등도 지역 업체와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내용의 유사 조례를 시행 중이다.

지역업체들은 조례 시행 이후에도 인천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입찰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지역업체에 유리했던 일부 제도가 사라져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애인 고용 사업장인 인천의 한 사회적 기업 관계자는 “4~5년 전만 해도 공공기관이 입찰할 때 지역기업에 가점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었으나 ‘공정성’을 이유로 폐지됐다”며 “권고 사항에 불과한 조례만 만들고 정작 지역업체들을 우대하는 제도가 없어지면 아무리 다른 대안을 내놓는다 해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경우 지역 내 기업끼리 경쟁하는 ‘지역 제한 경쟁’ 입찰이 타 지역보다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과 인접한 서울·경기지역에 사업장을 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인천의 한 무인경비업체 대표는 “인천시 산하 공단이 지난해 말 무인경비시스템 운영관리 입찰 공고를 냈는데, 이전 운영사인 대기업 경비업체와 재계약을 할 목적인지 지역 제한 경쟁 입찰을 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보안 시스템을 개발해 응찰을 준비했지만, 기술을 입증할 기회조차 없이 경쟁에서 탈락했다”고 했다.

공사용 발판(비계)을 제작·납품하는 인천 한 제조업체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인천 한 기관에서 발주한 건설공사에 비계를 납품하기 위해 수의계약을 하려 했지만, 공사 전체를 맡은 서울 소재 건설업체 계열 비계 납품업체가 자리를 선점해 버린 탓이다. 업체 대표 A씨는 “민간 시행사와 시공사가 하는 공사는 다른 지역 업체를 써도 어쩔 수 없다 치지만,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조차 지역업체가 외면받는 상황이 있다”며 “입찰 담당자에게 항의했지만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