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까지 거드는 최강 북극 한파
추위 못 막는 곳에서 동동(冬冬)거리다
괭이부리마을 급수용 물탱크도 ‘꽁꽁’
외풍 못막아 집안 한기… 연탄이 위로
부평역 광장 무료밥차 추워도 점심행렬
주말 문닫는 쉼터 대리기사들 동상 걱정
올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9일 오전 10시께 인천 동구 만석동 8번지 일대 ‘괭이부리마을’.
살을 에는 듯한 맹추위에 마을 골목은 인적이 끊겨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굳게 닫힌 쪽방마다 보일러 배관에선 허연 연기만 뿜어져 나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지붕을 덮은 철제 슬레이트가 위아래로 강하게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밖에 놓인 연탄재가 매서운 바람에 흩날리기도 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용 음수대에는 ‘동파 위험으로 사용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급수용 물탱크 안의 물은 꽁꽁 얼어 있었다.
부엌 난로 연탄을 갈고 있던 주민 김영수(가명·65)씨의 집 안에선 한기가 돌았다. 부엌과 방 사이에 있는 미닫이문은 외풍을 막지 못했다. 김씨는 “오늘 같은 추운 날씨엔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렵다”면서도 연탄은행의 도움으로 올겨울 사용할 정도의 연탄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고 했다.
이날 인천 최저 기온은 영하 10.3℃, 체감온도는 영하 18℃를 기록했다. 전날 오후 강풍주의보·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인천시가 오후 3시까지 집계한 저체온증 환자는 총 1명이다.
인천 부평역 광장에선 매주 목요일마다 운영되는 사단법인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의 무료 밥차가 어르신들을 맞이했다. 오전 10시10분께 광장 바닥에는 칼바람 속에서 점식식사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소지품들이 줄 맞춰 나란히 놓여 있었다. 조금이라도 햇볕이 드는 쪽으로 모여 앉은 어르신들은 두꺼운 외투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고 발을 구르며 급식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무료 밥차에서 일손을 거드는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어르신들에게 방석과 핫팩을 나눠주며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온풍기 두 대를 틀어놓고 바람을 막아줄 천막부터 쳤다. 한 봉사자는 식판에 밥과 국 등을 담아주며 “독감이 유행이니 조심하시라”고 인사를 건넸다.
어르신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과 북엇국을 한술 뜨며 얼었던 몸을 녹였다. 홀로 산다는 70대 한 어르신은 “오전 8시부터 나와 밥차를 기다렸다”며 “한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고맙다”고 했다. 이날 100여명의 어르신이 정성이 담긴 따뜻한 한 끼를 대접받았다.
10년째 무료 밥차 봉사를 하고 있다는 목경희(64)씨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오늘은 평소보다 밥차를 찾은 어르신들이 적은 편”이라며 “어르신 한 분이라도 더 따뜻한 식사를 제공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궂은 날씨에도 밥차 봉사를 거를 수 없다”고 했다.
밖에서 일하는 대리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은 추위를 피해 쉼터로 향했다. 오전 4시께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이노프라자 2층 인천생활물류쉼터에는 대리기사 등 20여명이 배차 ‘콜’을 기다리며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대리기사 방모(58)씨는 “이 쉼터는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운영하지 않는데 앞으로 한동안 한파가 이어진다고 해 걱정”이라며 “오늘같이 추운 날에 밖에서 배차 콜을 기다렸다면 동상에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백효은·정선아·송윤지기자 100@kyeongin.com